<부활 제3주간 금요일>(2010. 4. 23. 금)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참으로 어려운 말씀입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기도 한데 다시 말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번 주 내내 복음 말씀이 다 이런 식입니다.
그래서 부활시기가 끝날 때까지
거의 모든 신부님들이 강론 준비를 하느라고 애를 먹을 것입니다.
어떤 이는 요한복음이 너무 어렵다고 불평합니다.
어떤 이는 성체성사 교리가 너무 어렵다고 불평합니다.
어떤 이는 신학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 아니냐고 체념합니다.
그런데 그게 요한복음이나 성체성사만의 문제이겠습니까?
우리가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설명하지 못하는 말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중에서 특히 “사랑”이라는 말,
다들 사랑에 대해서 말하고,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사랑에 대해서 설명하라고 하면 사람마다 다 설명이 다르게 됩니다.
전에 여자고등학교에서 수업을 할 때
한 번은 사랑에 대해서 정의를 내려 보라고 시켰습니다.
여덟 학급 삼백이십 명의 여고생들이 삼백이십 가지의 정의를 내렸습니다.
옛날에 읽었던 시 중에서 인상적인 시가 있습니다.
“엄마” 라는 제목의 시였는데, 두 행의 짧은 시였습니다.
“나는 우리 엄마가 / 참 좋다.”
이게 그 시의 전문입니다.
(어떤 초등학생이 쓴 시입니다.)
또 이런 시도 있습니다.
제목은 “못살 것 같아요.”였는데, 이 시는 달랑 한 행의 시였습니다.
“엄마 없이는.” - 이게 그 시의 전문입니다.
(서점에서 산 시집에 들어 있는 시였는데 시인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어떤 이는 위에 적은 두 편의 시를 보고
“장난하냐?” 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시들을 접하는 순간, 바로 공감이 되었습니다.
시인의 마음에 대해서도, 인간 언어의 한계에 대해서도 모두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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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님이 남긴 말씀 중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사람의 밥이 되어 주어야 한다.”
예수님께서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라고 하신 말씀과
같은 뜻으로 이해되는 말씀입니다.
여기서 성체성사 교리를 길게 설명할 생각은 없지만
예수님의 말씀이 상징이나 비유는 아니라는 것은 강조해야 하겠습니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예수님 말씀 중에는 비유도 많고 상징도 많지만
상징이나 비유가 아닌 직설적인 말씀이 더 많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예수님이 뭔가를 명령하셨을 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하는 힘이 있는 말씀이었습니다.
어떻든 살과 피에 관한 예수님 말씀은 상징이나 비유가 아니라 직설적인 말씀입니다.
태아는 엄마 몸속에서 자라면서 엄마의 살과 피를 먹습니다.
(실제로 살과 피를 먹는 것이 아니라고 생물학적으로 따지지는 맙시다.)
태어난 후에 젖을 먹는 것도 엄마의 살과 피를 먹는 것과 같습니다.
더 단순하게 표현한다면 아기는 엄마를 먹는 것입니다.
표현이 징그럽다거나 거북하다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사랑입니다.
말로만 하는 사랑이 아니라 아기에게 생명을 주는 사랑입니다.
예수님의 사랑도 바로 그런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를 살리기 위해서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먹이는 사랑.
그것이 성체성사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성심성의껏 준비를 잘 해서 영성체를 정성스럽게 하는 것,
감실 앞에서 성체조배를 자주 하는 것, 다 좋은 일이긴 한데
그것이 살과 피에 관한 예수님 말씀의 핵심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라는 말씀에 강조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 안에 머물고, 예수님을 우리 안에 모시는 것.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추기경님 말씀이 하나의 대답이 될 것입니다.
서로 밥이 되어주는 것. - 먹힌다고 생각하지 말고 먹으라고 내어주는 사랑.
바친다는 생각 없이 그냥 하느님이 좋아서 하느님께 모든 것을 봉헌하는 사랑.
생각만, 또는 말만 하지 말고.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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