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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부활제3주간목요일(100422.목)

김대철대철베드로 2010. 4. 22. 07:40

<부활 제3주간 목요일>(2010. 4. 22. 목)

 

“나는 생명의 빵이다.

너희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고도 죽었다.

그러나 이 빵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다가와서 묻습니다.

“제가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마르코 10,17)”

 

신약성경에서 예수님께 뭔가를 청하고 자비를 호소한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뭔가 아쉽고, 고통스러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영원한 생명을 묻는 그 사람은 부자였고, 젊었고,

특별히 부족한 것이 없었던 사람입니다.

그에게 부족했던 것은 영적인 것이었습니다.

가진 것은 많았지만 영적인 허전함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요즘에 물질만능주의 때문에 사람들이 종교에서 멀어지고

성소자도 자꾸 줄어들고 있다고 걱정들을 많이 하지만

이런 시대일수록 영적인 허전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법입니다.

6.25 직후처럼 배고프고 힘들 때에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경제가 발전하고 배부르고 편할 때에도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중세기 때 교회가 너무 배부르고 편해서 부패하고 타락했을 때,

위대한 성인 성녀들이 많이 나왔다는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너무 돈과 권력이 많아서 교회가 자신의 본분을 잊고 망할 지경에 있었을 때

성령께서 성인 성녀들을 많이 주셔서 교회를 살렸다고 할 수 있는데,

인간적으로 생각한다면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시절에 프란치스코 성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아서 부자로 한평생 편하게 살 수 있었는데도

그 재산을 모두 포기하고 거지의 모습으로 살았습니다.

예수님께 영원한 생명을 묻던 부자는 재산 때문에 그냥 돌아섰지만

프란치스코 성인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충실하게 따랐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프란치스코 성인의 뒤를 따른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의식하지 않아도 누구나 영적인 세계를 느끼거나 원합니다.

신이란 없다고 생각하고, 내세도 안 믿고, 종교란 필요 없다고 하고,

철저하게 무신론자로 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위기를 만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소원을 빌고 있습니다.

정말 사람의 힘으로는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애국가에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하느님을 안 믿는 사람들도 애국가는 부릅니다.

의식하든 안 하든 하느님을 믿는다고 고백하는 셈입니다.

(다른 나라들도 비슷할 것입니다.)

 

얼마 전에 티브이에서 듣고 공감했던 말이 있습니다.

새로운 초신성을 발견했다고 흥분했는데

거리를 계산해보니 이미 몇 백만 년 전에 죽은 별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새삼스럽게 밤하늘을 보면서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별들의 공동묘지가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는......

이미 까마득한 옛날에 죽은 별들이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서 그 빛이 이제야 지구에 도착한 것이고

지구의 인간들은 그저 죽어버린 별들의 옛날 모습만 보는 것일 수도 있고......

(어느 먼 우주 저쪽의 외계인이 어느 날 지구에서 발사한 전파를 포착해서

지구를 향해서 온다고 해도,

지구라는 별이 멸망하고 몇 백만 년이나 지나서 올 수도 있습니다.)

천문학이 아니라 우주가 얼마나 크고 넓은가를 이야기하려는 것입니다.

 

밤하늘의 별을 볼 때마다 저는 절대자이신 하느님을 느낍니다.

저 엄청난 우주에 비해서 인간이란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가......

그런데도 그 우주를 만든 하느님을 생각할 수 있으니

인간이란 또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가...

이 말은 ‘파스칼’이 ‘팡세’에서 이미 했던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수명은 오래 살아봐야 백 년 안팎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영원을 이야기하고 영원한 생명을 이야기합니다.

영원을 생각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냥 하루살이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 것은 하루살이 인간이 영원으로 도약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눈에 보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고,

지금의 인생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내일을 향해서, 또 내세를 향해서 살고 있습니다.

 

지혜란 몸의 배고픔만 생각하지 않고 영혼의 배고픔도 생각하는 것입니다.

신앙이란 영적인 세계를 생각할 줄 아는 것, 또는 찾아가는 것입니다.

나는 생명의 빵이다, 라는 예수님 말씀은

하루살이 삶에서 허우적거리는 인간들을

영원한 영적인 세계로, 참된 지혜와 영원한 생명으로 끌어올리는 말씀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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