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4주간 월요일>(2010. 4. 26. 월)
“(목자는) 앞장서 가고 양들은 그를 따른다.
양들이 그의 목소리를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낯선 사람은 따르지 않고 오히려 피해 달아난다(요한 10,4-5).”
예수님의 이 말씀은 바리사이파 사람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만일에 이 말씀을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하셨다면 이렇게 바뀔 것입니다.
“양들인 너희는 목자인 나를 따라야 한다.
양들인 너희는 내 목소리를 알아들어야 한다.
그러나 낯선 사람은 따르지 말고 오히려 피해 달아나라.”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집과 학교와 성당만 왔다 갔다 했던 신학생들이 있습니다.
세속은 전혀 알지 못하고 오직 공부와 신앙생활만 하다가
성소자 모임을 거쳐서 신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입니다.
속세의 때가 전혀 묻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세상을 모릅니다.
저의 입학 동기 중에도 그런 학생이 있었습니다.
공부는 아주 잘 했습니다. 신앙생활도, 신학교 생활도 아주 잘 했습니다.
모든 점에서 모범적인 신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신학교 축제 행사 때, 신학생들로 구성된 밴드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신학생들만을 상대로 신학생들이 연주를 했던 아마추어 공연이었지만
당시의 히트 가요들을 불렀고, 연주 실력도, 가수의 노래 실력도 좋았습니다.
조명과 음향도 여느 공연장에 뒤지지 않는 수준급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현란한 조명과 음악 소리에 정신없어 하다가 결국 넋을 놓고 말았습니다.
태어나서 그런 건 처음 본다면서 저를 붙잡고선 가슴이 너무 울렁거린다고 했습니다.
만일에 그 공연이 오늘날의 이효리 같은 프로가수들의 콘서트였다면
그는 아마도 그 자리에서 기절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날 이후 그 친구가 변하기 시작하더니...... 결국 2학년도 마치지 못했습니다.
신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속세를 경험해야 한다는 뜻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면역이 되어 있지 않았다고 대신 변명해 줄 필요는 없습니다.
신학교에 있든지 속세에 있든지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하는 말입니다.
온갖 소리가 다 들려도 들어야 할 소리 하나는 놓치지 말아야 하고,
온갖 경치가 다 보여도 보아야 할 모습 하나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님의 음성, 주님의 모습, 주님의 길만큼은 잃지 말아야 합니다.
신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신앙인들에게 다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머리 좋은 학생이 공부를 잘 하고 성적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공부에 집중하는 학생이 공부를 잘하고 성적이 좋은 법입니다.
머리가 너무 좋아서 딴 생각을 많이 하면 성적이 좋을 수가 없습니다.
기계를 잘 다루고 운동신경이 좋은 사람이 운전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
고지식하게 운전에 집중을 잘 하는 사람이 운전을 잘 합니다.
전에 어떤 분이 운전하는 차를 탄 적이 있는데,
운전을 하면서 한 손으로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면서
다른 손으로는 핸들을 잡고 있었는데,
두 손을 번갈아 사용하면서 담배를 피웠고, 커피를 마셨습니다.
운전과 전화 통화와 담배와 커피, 두 손으로 네 가지 일을 동시에 했는데,
조수석에 앉아서 그걸 보고 있던 저는 저승길이 눈앞에 오락가락했습니다.
제가 그러지 말라고 잔소리를 했더니 저에게 이런저런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다섯 가지 일을 동시에 하게 되었습니다.
그날 안 죽고 살아난 것이 천만 다행입니다.
그런 식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가 있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신경 쓰고 있고, 너무 많은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묵주기도를 하면서 눈은 티브이를 향하고 있고,
미사참례 하면서 휴대전화기 문자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는 주님의 목소리을 들을 수가 없습니다.
주님의 음성은 들으려고 집중하는 사람에게만 들립니다. 안 듣고 있으니 안 들립니다.
옛날에 비해서 현대 사회는 너무 신앙생활의 장애물이 많습니다.
티브이와 컴퓨터를 통해 쏟아지는 음악, 영화, 드라마 등이
신앙생활을 심각하게 방해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박해입니다.
휴대전화기가 미사 전례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기도도 방해합니다.
그런 것들을 보면 사탄의 전략 전술이 바뀐 것처럼 생각되기도 합니다.
사탄이 이제는 온갖 전자제품을 통해서 신앙생활을 방해하기로 마음먹은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듣기 좋아하는 소리들을 마구 쏟아 부어서
주님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게 방해하고,
사람들이 즐겨 보는 영화나 드라마를 마구 퍼부어서
주님의 모습을 잊어버리게 만들고...
사실 그런 것들도 우리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기도하기 위해 티브이와 컴퓨터와 전화기를 끄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나는 너희들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고 있다.”
언제 내 이름을 불렀냐고 주님께 따지지 말아야 합니다.
들으려고 안 했으니 못 들은 것입니다.
너무 다른 소리만 듣고 있었으니 안 들린 것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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