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나눔 Life Story/헌혈.그 뜨거운

골수기증은 생명을 나누는 큰 사랑입니다.

김대철대철베드로 2004. 9. 4. 10:53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환우의 동생입니다.
많은 분들이 희귀성 난치병으로 알고 계시는 백혈병은 의외로 남녀노소 없이 많은 분들이 앓고 계십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저의 누이에게 찾아 왔던 것처럼,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에게도 어느 한 순간 닥칠 수 있는 병입니다. 이에 주위의 여러분들이 조금씩만 더 관심을 가지고, 우리 환우와 가족들에게 따듯한 힘이 되어 주신다면 또한 충분히 완치가 가능한 병입니다.

누이와 저는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인 20044년 1월 20일 골수 이식을 하였습니다.
제가 지난 3일간 병원에서 보냈던 이식 과정을 짧게나마 적어봅니다.
이식을 하루 앞둔 19일 오전 근무를 마치고, 오후 3시쯤 병원에 도착하였습니다.
도착 후 먼저 입원 수속을 마치고, 입원실에 입실한 후 병원에서 주는 환자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저녁은 병원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했고, 그날의 유일한 치료였던 알러지 검사와 피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몇몇 친구들의 병문안이 있었고, 밤 12시부터 금식이라 11쯤 미리 잠을 청했습니다.

이식일인 20일 아침 6시경 기상하여 먼저 세안을 하고 7시경 미리 준비된 수술복으로 갈아입었고, 7시 30분쯤 손목에 링거 주사 바늘 하나를 꽂았습니다.
제가 워낙 주사를 싫어해서인지 이 주사 바늘 꽂았을 때의 아픔이 제겐 전체 수술 과정 중 제일로 아팠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8시경 수술실로 들어갔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들어간 수술실은 제가 생각했던 것만큼 그렇게 차갑게 느껴지지도 않았고, 또한 두렵거나 무섭지도 않았습니다. 수술실에서 골수 채취에 앞서 간호사, 의사 선생님이랑 잠시 농담을 했던 것 같은 데, 그 이후의 기억은 없습니다.

그리고 10시가 조금 못되어서 원래 입원했던 병실로 돌아왔고, 그때는 이미 마취 상태에서 깨어 있었으며 골수를 뽑은 자리에는 파스 같은 것이 두군데 붙어 있었습니다.
병실에 도착하자 담당 간호사가 곧바로 골수를 뽑은 엉덩이뼈 주변에 모래주머니 2개를 받쳐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지혈을 위해 4시간 가량을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히 누워 있게 했습니다.
그렇게 가만히 누워만 있으려니 골수를 뽑은 자리가 아프거나 하진 않는데도 갑갑하고 조급증이 생겨서 조금은 힘들었습니다. 그 사이에 일전에 채혈하여 두었던 피를 수혈했습니다.

참고로 골수 이식에 앞서 한달 전쯤에 몇가지 검사를 했습니다.
심전도, X-ray, 피검사 등을 했는데, 이는 공여자의 몸에 이상이 있지나 않은지 사전에 건강 상태를 체크하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병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특별히 기다리는 시간만 없다면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은 1시간 내외일 겁니다.

그리고 골수를 채취한 후의 빈혈예방 등 수혈을 위해 미리 일정량의 피를 채혈해 저장해 두었습니다. 저의 경우 지혈이 어느 정도 되어지고, 수혈이 끝났을 즈음 팔에 꽂아 두었던 주사 바늘을 뽑아 주길래 몸에 특별한 이상 징후도 없고, 마냥 병원에 누워 있기도 갑갑해서 오후쯤 곧바로 퇴원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에 한번 더 몸에 이상이 없는지 피검사를 해야 한다는 말씀에 어쩔 수 없이 퇴원은 다음날로 미뤘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잠이 오지 않아 누나가 있는 병실 주변을 이리저리 서성거리다 자정쯤에 담당 선생님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제게서 뽑은 골수가 오전 11시쯤에 이미 누이에게 주입 되었음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아침이 밝았고, 예정된 피검사와 골수를 뽑은 자리에 대한 소독을 받은 후 곧바로 퇴원 수속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받은 2박 3일간의 골수이식 과정의 전부입니다.

많은 분들은 제가 이식 수술을 마치고 퇴원하자 힘들지는 않았느냐, 몇 일은 쉬어야 하지 않겠냐며 걱정하여 물으십니다. 물론 어떤 분들은 저보다 힘이 들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저의 경우를 들자면 헌혈하는 정도의 아픔뿐이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나마 저희는 불행 중 다행으로 누이와 저의 골수가 일치하여 순조롭게 이식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도 많은 분들이 골수를 찾지 못해 애태우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 환우와 일치하는 골수만 찾는다면 백혈병이나 재생불량성 빈혈 같은 난치병들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진과 기술이 세계적 수준이라고 합니다.하지만 지금도 적지 않은 환우 분들이 자신과 일치하는 골수를 찾지 못해 참 많이도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골수 기증 신청자는 이웃한 일본이나, 대만 등에 비해 턱없이 적다고 합니다.
골수 신청은 간단한 피검사만으로도 가능합니다.
또한 생각만큼 힘들지도, 어렵지도 않을 뿐더러 생명을 나누는 큰 사랑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많은 분들께서 힘겹게 병마와 싸우고 계시는 우리 환우 분들과 그 가족들을 내 이웃으로 생각하시고, 생명을 나누는 이 골수 기증에 앞장서 주시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헌혈이나 혈소판 수혈과 같은 크신 사랑을 지속적으로 베풀어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끝으로 힘겹게 병마와 싸우고 계시는 우리 환우와 가족 여러분..!
병의 원인이 내게 있다면 그 결과 또한 내게 있으며 결과를 바꾸는 힘 또한 내게 있음을 명심하시고, 항상 자신을 신뢰하고 자신감을 잃어버리지 말 것이며 완치되는 그날까지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강건하게 투병에 임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성호 (골수기증자 : 새빛누리회 2004년 3월 새빛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