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메세지/구약성경

새번역 성서 창세기 - 8장

김대철대철베드로 2004. 9. 9. 09:35
홍수가 그치다

8     그때 하느님께서 노아와, 그와 함께 방주에 있는 모든 들짐승과 모든 집짐승을 기억하셨다.1) 그리하여 하느님께서 땅 위에 바람을2) 일으키시니 물이 내려갔다. ○ 심연의 샘구멍들과 하늘의 창문들이 닫히고, 하늘에서 비가 멎으니, ○ 물이 땅에서 계속 빠져 나가, 백오십일이 지나자 물이 줄어들었다. ○ 그리하여 일곱째 달 열이렛날에 방주가 아라랏산3) 위에 내려앉았다. ○ 물은 열째 달이 될 때까지 계속 줄어, 열째 달 초하루에는 산봉우리들이 드러났다.
    사십일이 지난 뒤에, 노아는 자기가 만든 방주의 창을 열고 ○ 까마귀를 내보냈다. 까마귀는 밖으로 나가 땅에 물이 마를 때까지 왔다갔다하였다.4) ○ 그는 또 물이 땅에서 빠졌는지 보려고 비둘기를 내보냈다. ○ 그러나 비둘기는 발붙일 곳을 찾지 못하고 방주로 노아에게 돌아왔다. 온 땅에 아직도 물이 있었던 것이다. 노아는 손을 내밀어 그것을 잡아 방주 안으로 들여놓았다. ○ 그는 이레를 더 기다리다가 다시 그 비둘기를 방주에서 내보냈다. ○ 저녁때가 되어 비둘기가 그에게 돌아오는데, 싱싱한 올리브 잎을 부리에 물고 있었다. 그래서 노아는 땅에서 물이 빠진 것을 알게 되었다. ○ 노아는 이레를 더 기다려 그 비둘기를 내보냈다. 그러자 비둘기는 그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노아가 육백한 살이 되던 해,5) 첫째 달 초하룻날에 땅의 물이 말랐다. 노아가 방주 뚜껑을 열고 내다보니 과연 땅바닥이 말라있었다. ○ 둘째 달 스무이렛날에 땅이 다 말랐다.

방주에서 나오다

    하느님께서 노아에게 이르셨다. ○ “너는 아내와 아들들과 며느리들과 함께 방주에서 나오너라. ○ 너와 함께 있는 모든 살덩어리들, 곧 새와 집짐승과 땅을 기어다니는 모든 것을 데리고 나오너라. 그래서 그것들이 땅에 우글거리며 번식하고 번성하게 하여라.” ○ 노아는 아들들과 아내와 며느리들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 모든 짐승과 기어다니는 모든 것, 모든 새와 땅을 기는 모든 것도 종류별로 방주에서 나왔다.

노아의 제사와 하느님의 다짐

    노아는 주님을 위하여 제단을 쌓고, 모든 정결한 짐승과 모든 정결한 새들 가운데서 번제물을 골라, 그 제단 위에서 바쳤다.6) ○ 주님께서 그 향내를7) 맡으시고 마음속으로8) 생각하셨다.

사람의 마음은 어려서부터 악한 뜻을 품기 마련.
내가 다시는 사람 때문에 땅을 저주하지 않으리라.9)
이번에 한 것처럼 다시는 어떤 생물도 파멸시키지 않으리라.
땅이 지속되는 한
씨뿌리기와 거두기, 추위와 더위
겨울, 낮과 밤이 그치지 않으리라.’10)

1. 하느님의 “기억”은 노아와 맺으신 계약의 징표와 관련해서 9,15에 다시 나온다. 이것은 당신 백성 가운데에 자리한, 하느님 구원의 현실화를 표현하는 것으로, 사제계 본문들에 나타나는 신학의 전문용어이다.
2. “바람”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낱말은 1,2에서 “영”으로 번역된 것과 같은 말이다.
3. 아시리아의 북쪽, 코카서스 산맥의 남쪽에 있는 산이다.
4. 바빌론의 설화에서는 세 종류의 새, 곧 까마귀, 비둘기 그리고 제비가 차례로 나간다. 이 설화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까마귀가 성서에서는 그 이전 설화의 이야기 구조를 증언할 따름이다. 성서는 오히려 번식의 상징인 비둘기에 더 큰 중요성을 부여한다.
5. 본문에는 그냥 “육백일년에”로 되어있지만, 7,11과 칠십인역에 따라 위와 같이 옮긴다.
6. 이 야훼계 저자에 따르면 하느님께 제물을 드리는 것은 이미 카인과 아벨 때부터, 그리고 주님의 이름을 부르며 예배하는 것은 에노스 때부터 시작된다. 이제 여기서는 흙으로 되었을 제단 위에서(출애 20,24 참조) 짐승을 통째로 바치는 “번제물”의 제사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7. 이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표현은 바빌론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신에 의해서 가납됨을 나타낸다. 그러나 야훼계 저자는 바빌론 설화에 나오는 “신들은 제물을 바치는 사람 위로 파리 떼처럼 몰려들었다.”라는 말은 제거한다.
8. 히브리어 본문에서는 이앞에 “주님께서”가 다시 되풀이된다.
9. 하느님께서 가납하신 번제물이, 인간 때문에 땅에 내려진 저주를 풀었다는 것이다(3,32).
10. 인간의 사악함이 하느님의 선물인 자연 법칙의 항구성을 방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태 5,45와 예레 33,25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