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Catholic/가톨릭교리 문헌

교황 요한바오로2세의 생명을 주시는 주님 -1

김대철대철베드로 2004. 8. 7. 21:21

DOMINUM ET VIVIFICANTEM
DE SPIRITU SANCTO IN VITA ECCLESIAE ET MUNDI

교회와 세상의 삶에 있어서 성령에 관하여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하의
회 칙

생명을 주시는 주님

 

 

머리말
제1부 아버지와 아들의 영이시며 교회에 주어진 성령

1. 파스카 잔칫상에서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계시와 약속
2.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
3. 구원을 위하여 하느님께서 성령을 통해 당신 자신을 내어주시다  
4. 성령으로 기름부음받은이인 메시아
5. 성령 안에서 “나타나신” 나자렛 예수님 
6.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셨다. “성령을 받아라”
7. 성령과 교회의 시간

제2부 세상의 죄를 밝히 드러내 보이시는 성령
1. 죄와 정의와 심판 
2. 오순절날의 증언 
3. 시작(한처음)에 관한 증언: 죄의 원초적 실재 
4. 고통을 구원적 사랑으로 바꾸어주시는 성령 
5. 양심을 깨끗이 하는 피
6. 성령을 거스르는 죄

제3부 생명을 주시는 영
1. 예수 그리스도 강생 후 2000년에 있을 희년의 주제: 성령으로 잉태되신 그리스도
2. 희년의 주제: 은총이 나타났다
3. 인간의 내적 갈등과 성령: 육체는 그 욕망에서 영과 대립하고, 영 역시 육체와 맞선다
4. 성령께서는 “내적 인간”을 굳게 하시러 오신다
5. 하느님과 맺은 내밀한 일치의 성사인 교회
6. 성령과 신부(新婦)는 말한다: “오소서!” 

맺음말


존경하는 형제들과 친애하는 아들 딸들에게 인사 드리며 사도적 축복을 보냅니다.

머리말

1. 교회는 성령께 대한 그 신앙을 표현하면서, 그분께서 "주님이시며 생명을 주시는 분"이라고 선포합니다. 니케아-콘스탄티노 폴리스 신경(니케아 공의회〔A.D. 325〕와 콘스탄티노폴리스 공의회〔A.D. 381〕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신경)에서 선포되는 내용도 바로 그것입니다. 그 신령은 또 성령께서 "예언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셨다."고도 말합니다.

교회는 이런 말씀들을 신앙의 원천 자체인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받습니다. 요한 복음에 따르면, 예수님께서 초막절 축제에 예언하시고 약속하셨던 대로, 성령께서는 새로운 생명과 함께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 나를 믿는 사람은 성서의 말씀대로 그 속에서 샘솟는 물이 강물처럼 흘러 나올 것이다."1) 이어서 복음사가는 설명을 덧붙입니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당신을 믿는 살마들이 받을 성령을 가리켜 하신 말씀이었다."2)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인과 대화하실 때, "샘물처럼 솟아올라 영원히 살게 할 그 물"3) 대해서 언급하시는 장면에서나, 니고데모와 말씀하시며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 "물과 성령으로 날 새로운 탄생"에 대해 언급하실 때4)에도 예수님께서는 물의 비유를 들어 설명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 역시,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가르침을 받고 오순절 체험과 사도 시대 역사를 겪으면서 체득한 바에 따라, 처음부터 성령께 대한 신앙을 선포했습니다. 이 때부터 교회는 성령께서 생명을 주시는 분, 하나이시며 삼위로서 그 깊이를 헤아릴 길 없는 하느님께서 인간들에게 자신을 건네주실 때 그 일을 가능하게 해 주시는 분, 이 인간들 안에 영원한 생명의 샘을 만들어 주시는 분으로 선포해 온 것입니다.

2. 교회가 끊임없이 고백해 온 이 신앙을 하느님의 백성은 그 의식 속에서 항상 새롭게 되살리고 더욱 깊이 뿌리내리게 해야 하겠습니다. 이 일은 한 세기 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촉구되어 왔습니다. 온전히 성령만을 논한 회칙 [신적 책무](1897)를 발표하신 레오 13세로부터, 회칙 [신비체](1943)에서 성령을 교회의 생명 원리로 제시하면서, 그분께서 신비체의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일치하여 교회 안에서 활동하신다고 설명하신 비오 12세에 이르기까지 성령께 대한 신앙은 계속 재확인되었읍니다.5) 그리고 최근에 와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성령께 대한 교리에 새로운 관심이 요청됨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교황 바오로 6세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공의회의 그리스도론, 특히 그 교회론에 이어 성령께 대한 새로운 연구와 신심이 계발되어야 하겠습니다. 공의회의 가르침을 보완하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6)

이처럼, 오래되었으면서도 항상 새로운 교회의 신앙은 우리 시대에 와서 다시 한번 성령께 대한 우리의 태도를 새롭게 하고, 생명을 주시는 분으로서 그분께 대한 믿음을 쇄신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위해서, 성령에 대한 교부들의 풍부한 가르침을 순수하게 간직해 온 동방교회와의 공동 유산으로부터 우리는 많은 도움과 힘을 얻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몇 해 안에 교회 안에서 일어난 일 중 아주 중요한 것의 하나로 우리는 제1차 콘스탄티노폴리스 공의회 1600주년 기념 행사를 꼽을 수 있는 것입니다. 1981년 성령 강림 대축일을 맞아 콘스탄티노폴리스와 로마에서 그 기념식이 있었던 바, 교회의 신비에 대해 묵상하는 장면에서 그 기회에 성령께서는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를 위한 길을 열어주시는 분으로 더 뚜렷이 드러났습니다. 또 성령께서는 하느님 자신에께서 오는 일치의 최상 원천으로 드러났는데, 바오로 사도께서는 이를 인상적인 말로 표현하셨고, 교회는 이를 다시 성체성사의 전례에 받아들였습니다. "사랑을 베푸시는 하느님 아버지와 은총을 내리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시는 성령께서 여러분과 함께하시길 빕니다."7)

앞서 반포한 본인의 회칙, [인간의 구원자]와 [자비로우신 하느님]도 어떤 의미에서는 이러한 기본 의도에서 출발했고 영감을 얻었던 것입니다. 이 회칙들은 "이 세상을 구원하기 위하여"8) 또 "모두 입을 모아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님이시라 찬미하며 하느님 아버지를 찬양하게 되기"9) 위하여, 아버지께 보냄을 받아 이 세상에 오신 아들에 의해 성취된 우리의 구원을 경축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로부터 발출하신 성령에 대한 본 회칙도 역시 같은 근본적 취지에서 마련된 것입니다. 성령께서는 아버지와 아들과 함께 같은 흠숭과 영광을 받으시며, 신적 위격으로서 그리스도교 신앙의 중심에 자리잡으시고, 교회의 쇄신에서도 그 원천과 활력이 되십니다.10) 이 회칙은 지난 공의회가 남겨 준 유산의 가장 중요한 원천에서 나온 것입니다. 실상, 교회 자체와 세상 안에서 교회의 사명에 관한 공의회의 가르침을 전해 주는 문서들은 복음서, 교부학, 전례학 등의 연구를 통해 하느님의 성삼의 신비를 더욱 깊이 깨우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합니다. 이 성삼 신비는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아버지께로"라는 정식으로 흔히 표현됩니다.

교회는 이와 같이 함으로써, 오늘날의 사람들이 그 마음 속 깊이 간직한 어떤 염원에 응답해 주고 있는 셈입니다. 다름 아니라, 무한한 영으로서 초월적 실체의 특성을 간직하신 하느님을 새롭게 발견하려는 욕구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제시하신 하느님이 바로 그런 분이셨습니다. 현대인들 역시 "영과 진리 안에서"11) 그분께 예배 드리기를 갈망하고 있으며, 사랑의 비결과 "새로운 창조"12)를 위한 힘을 그분 안에서 찾게 되기를 바랍니다. 과연 그분께서는 생명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인간 가족과 함께 그리스도 이후 2000년의 종결점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이 때, 교회는 성령을 선포해야 하는 자신의 사명을 다시 한번 새롭게 깨닫고 있습니다. "잠시 지나갈 뿐인" 하늘과 땅에 비추어, "지나가지 않을 말씀들"13)이 특별한 무게를 지니고 있음을 교회는 잘 압니다.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물"14)이 용솟음치는 샘이며, 진리이시고, 구원의 은총인 성령께 대한 그리스도의 말씀들이 바로 그런 말씀들입니다. 교회는 이 말씀들을 두고 묵상하며, 신앙인들과 모든 사람에게 이 말씀들을 상기시키는 한편, 그리스도교 역사가 이천년대에서 삼천년대로 넘어가는 대희년(大喜年) - 그때 가서 그렇게들 부르겠지만 -을 경축할 준비를 하려는 것입니다.

물론, 이제부터 제시할 내용들은 성령에 대한 그 풍부한 가르침을 남김없이 살펴보자는 것이 아니고, 아직도 논의의 여지가 남아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일정한 답변을 제시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한 가지 목적만을 추구하는데, 그것은 "성령께서 교회를 충동하시어, 온 세상의 구원을 위해 그 구원의 원리로 삼으신 하느님의 계획을 온전히 실현하는 데 협조하도록 하셨음"15)을 깨닫게 하자는 것입니다.

1. 요한 7,37-38.
2. 요한 7,39.
3. 요한 4,14; 교회헌장, 4항 참조.
4. 요한 3,5 참조.

5. 레오 13세, 회칙 Divinum Illud Munus(1897.5.9.): Acta Leonis,
17(1898), 125-148면; 비오 12세, 회칙 Mystici Coporis(1943.6.29.): AAS 35(1943), 193-248면.
6. 바오로 6세의 1973년 6월 6일의 일반 알현: [바오로 6세의 가르침],
?(1973), 477면.
7. 로마 미사 전례서; 2고린 13,13 참조.

8. 요한 3,17.

9. 필립 2,11.

10. 교회헌장, 4항; 요한 바오로 2세, 국제성령대회 참석자들에게
하신 연설(1982.3.26.), 1항: [요한 바오로 2세의 가르침] Ⅴ/1(1982), 1004면 참조.
11. 요한 4,24 참조.

12. 로마 8,22; 갈라 6,15 참조.

13. 마태 24,35 참조.

14. 요한 4,14.

15. 교회헌장, 17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