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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바오로 2세의 문헌 - 주님 저희와 함께 머무소서(Mane Nobiscum Domine) - 서론

김대철대철베드로 2005. 4. 13. 15:48
주님 저희와 함께 머무소서(Mane Nobiscum Domine)  
성체성사의 해(2004년 10월-2005년 10월)에
주교들, 성직자들, 신자들에게 보내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하의
교서

주님 저희와 함께 머무소서(Mane nobiscum Domine)

서론

1. “주님, 저희와 함께 머무소서”(Mane Nobiscum Domine). "저녁 때가 되어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루가 24,29 참조). 이것은 바로 주님께서 부활하신 날 저녁에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가 그들과 함께 길을 걷던 나그네에게 건넨 권유였습니다. 슬픈 생각에 잠겨 있던 제자들은 이 나그네가 바로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신 그들의 스승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분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서를 ‘설명’해 주실 때 뜨거운 감동을 느꼈습니다(루가 24,32 참조). 말씀의 빛으로 그들의 닫힌 마음과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던”(루가 24,31) 것입니다. 날이 저물어가는 그림자 속에서, 그들의 정신을 뒤덮은 어둠 속에서, 나그네는 그들에게 희망을 다시 일깨우는 한 줄기 빛을 던져주며, 충만한 빛을 갈망하는 마음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저희와 함께 머무소서.” 하며 두 제자는 간청하였고, 나그네는 이를 수락하였습니다. 얼마 안 있어 예수님의 모습은 사라져 버리지만, 스승이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눈을 열어 그분을 알아보게 한 “빵 나눔” 안에 감추어 계시면서 그들과 함께 ‘머무실’ 것입니다.

2.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의 모습은 거룩한 성체성사의 신비를 살아가려고 특별히 노력하게 될 교회에 한 해 동안 적절한 지침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갖가지 문제나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에나 몹시 낙담했을 때에도, 그 거룩한 나그네께서는 늘 우리 곁에서 걸어가시며, 우리에게 성서를 설명해 주시고 우리가 하느님의 신비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십니다. 우리가 그분을 온전히 만나 뵐 때, 우리는 말씀의 빛을 지나 ‘생명의 빵’에서 흘러나오는 빛으로 옮아가게 됩니다. ‘생명의 빵’이야말로 “내가 세상 끝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고 하신 그리스도의 약속이 최상의 방식으로 이행된 것입니다.

3. “빵 나눔”은 초기 교회 때에 성찬례를 일컫던 말로서 언제나 교회 생활의 핵심이 되어 왔고, 이를 통하여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시간 안에 현존하게 하십니다. 빵 나눔 안에서, 그리스도께서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요한 6,51)으로서 당신 자신을 직접 내어 주시고, 우리는 그분을 받아 모심으로써 영원한 생명의 보증을 받고 천상 예루살렘의 영원한 잔치를 미리 맛보게 됩니다. 교부들과 세계 공의회들, 그리고 저의 선임자들의 가르침을 따라, 저는 여러 번, 가장 최근에는 회칙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Ecclesia de Eucharistia)를 통하여, 교회가 성체성사에 대하여 성찰하도록 촉구하였습니다. 따라서 여기에서 이러한 가르침을 되풀이하지는 않겠습니다. 이 가르침이 더 깊이 연구되고 성찰되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다만 저는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이 놀라운 성사에 한 해 전체를 바치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였습니다.

4. 아시다시피, 성체성사의 해는 2004년 10월부터 2005년 10월까지 거행될 것입니다. 성체성사의 해를 거행하자는 생각은 그 시작과 끝을 장식하게 될 두 행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곧, 2004년 10월 10-17일까지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릴 세계성체대회와, ‘교회의 생활과 사명의 원천이며 정점인 성체성사’라는 주제로 2005년 10월 2-29일까지 바티칸에서 열릴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정기총회가 그것입니다. 또한 2005년 8월 16-21일까지 쾰른에서 열릴 세계청년대회도 고려하였습니다. 저는 젊은이들이 그들의 믿음과 열의를 자라나게 하는 활력의 원천인 성체성사를 중심으로 모이기를 바랍니다. 성체성사에 관한 이러한 계획은 한동안 제가 마음속에 품어왔던 것으로서, 특별히 대희년을 준비하는 여러 해 동안 그리고 대희년 이후 몇 해 동안 제가 교회에 주려고 했던 사목적 자극의 자연스러운 발로입니다.

5. 이 교황 교서에서, 저는 이러한 사목적 지속성을 재천명하고 모든 사람이 그 영적 의미를 파악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성체성사의 해를 지낼 것인지는 개별 교회 목자들의 재량에 맡기려 합니다. 목자들은 이 위대한 신비에 대한 깊은 신심으로 적절한 접근 방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형제 주교님들께서는 물론 이해하시겠지만, 묵주기도의 해에 이어 바로 거행되는 이 ‘성체성사의 해’는 매우 깊은 영적 수준에서 이루어질 것이므로, 개별 교회의 사목 계획들을 방해하기보다는 오히려 조명함으로써 이 계획들이 신자들의 영성 생활과 지역 교회의 활동들을 성장시키는 바로 그 신비 안에 뿌리내리게 할 것입니다. 저는 개별 교회들에게 그들의 사목 계획들을 바꾸라고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한 부분인 성체성사의 차원을 강조하라고 요청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교서를 통하여 몇 가지 기본 지침을 제시하고자 하며, 하느님의 백성은 모든 단계에서 열의와 열렬한 사랑으로 저의 권고를 환영하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