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숨겨두고 싶을만큼 애착 가는 몇 곳이 있을겁니다.
제게도 그런 곳이 있습니다.
특히나 매년 가을이 되면,
계절의 완전한 끄트머리까지 마음을 보내고 싶은 곳입니다.
심술맞은 마음처럼 알려주기 싫은 곳이기도 하죠.
운보가 생애 말년까지, 주일이면 찾았다는 '내수성당'입니다.
내수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바라보며
운보는 막내딸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막내딸은
속인의 몸이 아닌 '수녀'의 몸입니다.
어려서 청력 마비가 된 아버지보다
더 불쌍한 사람을 위해 일생을 바치겠다며
봉사의 길로 들어선 것입니다.
그렇기에 운보에게 내수성당은
막내딸만큼 애잔한 곳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내수성당을 찾았습니다.
마음이 이끄는 길로 가고 싶었습니다.
성당 안으로 발을 들여 놓는 순간
참회가 가슴을 때렸습니다.
깊고 깊은 무진 광맥같은 세상사가
너무나 작게만 느껴졌습니다.
운보의 <성당과 수녀와 비둘기> 가 생각나는 스테인드글라스.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햇볕이 정면으로 비춰질 땐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들고,
바람이 스잔하게 불 땐 함께 움직이는 것 같아 보입니다.
뒷편으로 걸었습니다.
수 많은 사연이 느껴지는 문고리에는
인간세 저 멀리 묻고 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인간의 마을에서 온 거만한 햇볕은
내수성당 앞 마당에 한 없이 몸을 숙이고 있었습니다.
하늘과 가깝게 맞닿아 있는 내수성당.
주여, 세인들의 무릎을 꿇게 하소서...
내수성당, 내 사랑.
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주지는 않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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