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중미사가 끝나고
몰려나오는 신자들과 눈인사를 하느라 바쁜데
칠순 정도 되어 보이시는
할머니 한 분이 주위를 맴도신다.
..............
" 신부님, 오래 전에 먼저 하느님 품으로 간
무정한 영감탱이를 위하여
미사를 봉헌하고 싶은데........"
말끝을 흐리시는 것이 뭔가 있으신가 보다.
" 할머니, 그러시면 미사예물을 준비하셔서
사무장에게 원하시는 날을 말씀하세요. "
" 미사예물을 준비할 집안 형편이 좀 그래서...........
이것으로 대신하면 안 될까요 ? "
미사예물이라며 검은 비닐 봉지를 내미신다.
"................."
내용물을 확인해 보니
안에는 약 한 되 분량의 쌀이 들어있다.
아마도,
미사예물로 쌀을 대신 가져오신 모양이다.
"................."
한손에 쌀을 받아든 나 자신이 멍해진다.
미사예물 이라는 쌀 때문이 아니라,
할아버지를 생각하시는
할머니의 그 정성된 마음에 비해
나 자신이 너무 계산적이기 때문이다.
...........
계산에 밝은 우리네가 생각하기에
할머니께서 봉헌하신 쌀 한 되의 미사예물은
보잘것 없지만
할머니는
자신의 며칠 분의 일용할 양식을
봉헌한 것이니
모든 것을 봉헌한 것이나 진배없다.
"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저 가난한 과부가 헌금함에 돈을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
곧 생활비를 모두 다 넣었기 때문이다. "
( 마르 12, 43 - 44 )
할아버지 기일 날
제대 앞에 쌀 한 되를 두고
미사를 봉헌 하였다.
지금쯤
두 분은 하늘나라에서 행복하시겠지 ........
청주교구 주보에 실린
충주 안림동 본당
신성근 신부님의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