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성심 대축일>(2009. 6. 19. 금)
<사랑>
엄마와 둘이 살고 있는 여고생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딸은 수학여행 갈 때 새 운동화를 신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엄마에게 운동화를 새로 사달라고 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운동화를 새로 살 때가 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엄마에겐 돈이 없었습니다.
딸은 엄마의 사정을 알기에 더 이상 조르지는 않았지만
집이 가난하다는 것에 속이 상했습니다.
그래서 친구를 만나겠다고 하면서 나가버렸습니다.
친구를 만나서 놀고 있는데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 여고생은 괜히 짜증나서 그 전화를 받지도 않고
휴대 전화를 꺼버렸습니다.
밤 늦게까지 친구랑 놀다가 집에 돌아와보니 엄마가 없었습니다.
그때서야 휴대전화를 켜보았습니다.
엄마의 음성 메시지가 두 개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운동화를 샀으니 집에 일찍 들어오라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딸의 이름을 부르면서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뿐이었습니다.
엄마는 그날 집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날은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어렵게 돈을 구해서 딸의 운동화를 사서 집에 돌아오던 엄마는
그 지하철을 탔고... 다시는 집에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숨을 거두기 전에 딸의 이름을 부르면서 '사랑한다.'고 했던 말이
엄마의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운동화와 바꾼 엄마의 목숨...
그 딸의 심정은... ㅠ ㅠ
---------
제가 군대에 입대해서 논산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을 때
처음 몇 주는 미사 참례를 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성당 근처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훈련이 힘들고 고달파서 그랬겠지만 미사 참례를 정말 하고 싶었습니다.
몇 주 지난 후, 어느 주일날
종교가 있는 훈련병들은 집합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겨우 몇 주 미사 참례를 못했을 뿐인데,
미사가 너무 좋았습니다.
뭐가 어떻게 좋았는지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냥 좋았습니다.
미사에 참례하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영성체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데 봉헌성가를 부르면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 동안 받은 은혜를 너무 모르고 살았다는 죄책감과
새롭게 그 은혜를 깨달았다는 감사함과
미사 자체의 감동과
기타 등등...
저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성가를 불렀습니다.
그때 저를 울게 한 성가는 446 번입니다.
"돌같이 차고 가진 것 없는"이라는 그 가사가 저의 가슴을 쳤습니다.
그 동안의 제 마음이 그렇게 돌같이 차가웠다고 느꼈습니다.
평소에 아무 어려움도 없이 미사 참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은총인지를 그때 깨달았습니다.
--------
어느 날 한 제자가 사도 요한에게 물었습니다.
"스승님, 스승님은 왜 맨날 '사랑'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십니까?"
요한복음, 요한의 첫째, 둘째, 셋째 편지...
'사랑'을 빼고나면 거의 남는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다가 사도 요한은 제자들에게 사랑에 대해서만 가르쳤던 것 같습니다.
사도 요한이 제자에게 대답했습니다.
"사랑 말고는 예수님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지..."
사도 요한은
예수님과 함께 지낼 때에는 가장 젊었던(어렸던) 사도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예수님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도 요한은 다른 사도들보다 훨씬 더 오래 살았습니다.
거의 구십세까지 살았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노년의 사도 요한이 젊은 시절을 회상할 때,
과연 그는 무엇을 생각했을까요?
세월이 흐를수록 예수님의 사랑에 대한 기억만 강렬하게 남게 되었을 것입니다.
사랑을 빼고 나면 예수님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그래서 그는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라는 아주 단순한 정의를 내렸습니다.
그 이상 하느님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 이상 사랑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예수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이 없다면... 하느님은 하느님이 아니고,
예수님은 예수님이 아닙니다.
사랑이 없다면... 십자가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사랑이 없다면... 신앙생활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사랑이 없다면... 우리는 죽습니다.
예수 성심 대축일... 예수님의 사랑을 묵상하는 날입니다.
우리 모두의 사랑을 반성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
'가톨릭 Catholic > 강론, 복음묵상, 권고, 연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7월 5일(주일) 신부님 강론 (0) | 2009.07.06 |
---|---|
[스크랩] 성김대건사제순교자대축일(090705.일) (0) | 2009.07.05 |
[스크랩] 주임 신부님 강론 - 2009년 6월 28일 (연중 제13주일, 교황주일) (0) | 2009.07.02 |
[스크랩] 2009년 연중 제13주일(06/28) (0) | 2009.06.29 |
손경락 신부님 - 2009년 6월 22 남북통일 기원미사 (0) | 2009.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