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메세지/구약성경

새번역 성서 창세기 - 14장 아브람이 롯을 구하다

김대철대철베드로 2004. 12. 17. 00:30
아브람이 롯을 구하다

14 1)    시날 임금 아므라벨과 엘라살 임금 아룡과 엘람 임금 그돌라오멜과 고임 임금 티드알의 시대였다.2) ○ 그들은 소돔 임금 베라, 고모라 임금 비르사, 아드마 임금 시납, 스보임 임금 세메벨, 벨라 곧 소알 임금과 전쟁을 벌였다.3) ○ 이들 다섯 임금은4) 모두 동맹을 맺고 시띰 골짜기 곧 ‘소금 바다’로5) 모여들었다. ○ 이들은 십이년 동안 그돌라오멜을 섬기다가, 십삼년째 되는 해에 반란을 일으켰던 것이다. ○ 십사년째 되는 해에는 그돌라오멜이 자기와 연합한6) 임금들과 함께 진군해 가서, 아스드롯-카르나임에서 르바족을 치고, 함에서는 수스족을, 사웨-키랴다임에서는7) 엠족을, ○ 그리고 세일 산악지방에서는 호리족을8) 쳐서 사막 언저리에 있는 엘-바란까지 이르렀다. ○ 그들은 발길을 돌려 엔-미스밧 곧 카데스로 진군해 가서, 아말렉족의 온 땅과 하사손-다말에 사는 아모리족까지 쳤다.9)
    그러자 소돔 임금, 고모라 임금, 아드마 임금, 스보임 임금, 벨라 곧 소알 임금이 마주 나와, 시띰 골짜기에서 그들에 맞서 전열을 가다듬었다. ○ 엘람 임금 그돌라오멜, 고임 임금 티드알, 시날 임금 아므라벨, 엘라살 임금 아룡, 이 네 임금이 다섯 임금과 맞섰다. ○ 그런데 그 골짜기에는 역청 수렁이 많아, 소돔 임금과 고모라 임금이10) 달아나다 거기에 빠지고 나머지는 산으로 달아났다. ○ 그러자 적군들이11) 소돔과 고모라에 있는 모든 재물과 양식을 가지고 가버렸다. ○ 그들은 또한 소돔에 살고 있던 아브람의 조카 롯과 함께 그의 재물도 가지고 가버렸다.
    그곳에서 도망쳐 나온 사람 하나가 히브리인 아브람에게 와서 이 일을 알렸다.12) 아브람은 그때 아모리족 마므레의 참나무들 곁에 머물고 있었다. 마므레는 에스골과13) 형제간이었고 아넬과도 형제간이었는데, 이들은 아브람과 동맹을 맺은 사람들이었다. ○ 아브람은 자기 조카가14) 잡혀갔다는 소식을 듣고, 자기 집에서 태어나서15) 훈련받은 장정 삼백십팔 명을 불러모아 단까지 쫓아갔다. ○ 아브람과 그의 종들은 여러 패로 나뉘어 밤에16) 그들을 치고, 다마스커스 북쪽에 있는 호바까지 쫓아갔다. ○ 그는 모든 재물을 도로 가져오고, 그의 조카17) 롯과 그의 재물과 함께 부녀자들과 다른 사람들도 도로 데려왔다.

아브람과 멜기세덱

    아브람이 그돌라오멜과 그와 연합한 임금들을 치고 돌아오자, 소돔 임금이 사웨 골짜기 곧 임금 골짜기로 그를 마중 나왔다. ○ 살렘 임금 멜기세덱도 빵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왔다. 그는 지존하신 하느님의18) 사제였다.19) ○ 그는 아브람에게 축복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하늘과 땅을  지으신 분
         지존하신 하느님께
         아브람은 복을 받을지어다.
         적들을 그대 손에 넘겨주신 분
         지존하신 하느님께서는 찬미받으실지어다.”20)
    아브람은 그 모든 것의 십분의 일을 그에게 주었다. ○ 소돔 임금이 아브람에게 “사람들은 나에게 돌려주고 재물은 그대가 가지시오.” 하고 말하자, ○ 아브람이 소돔 임금에게 대답하였다. “하늘과 땅을 지으신 분이시며 지존하신 하느님이신 주님께 내 손을 들어 맹세하오. ○ 실오라기 하나라도 신발끈 하나라도 그대의 것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겠소. 그러니 그대는 ‘내가 아브람을 부자로 만들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오. ○ 나는 아무것도 필요없소. 다만 젊은이들이 먹은 것을 빼고, 나와 함께 갔던 사람들 곧 아넬과 에스골과 마므레만은 저희의 몫을 가지게 해주시오.”21)

1.여러 전승들이 뒤섞여 있음에 틀림없는, 복합적이고 그 연대를 측정하기 어려운 이 14장은 크게 두 가지 일화를 전한다. 첫째는 팔레스티나 소국들을 치려는 엘람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의 원정, 그리고 둘째는 아브라함이 롯을 구한 뒤 (예루살렘으로 여겨지는) 살렘의 임금과 만나는 이야기이다.
2. “시날”은 바빌론이고, “엘라살”은 가르그미스와 하란 사이의 지방으로 여겨지며, “엘람”은 바빌론 동쪽지방, 그리고 “고임”은 본디 히브리말에서 ‘민족들’로서 이교도들을 뜻한다. 여기에 나오는 임금들의 이름은 지금까지 알려진 다른 역사적 문헌들에는 들어있지 않다.
3. 여기에 나오는 다섯 성읍들은 모두 사해 남쪽에 위치해 있다.
4. 직역: “이들은.”
5. 소금 농도로 유명한 사해를 가리킨다.
6. 직역: “자기와 함께 있는.”
7. “키랴다임 평야”로 옮기기도 한다.
8. 직역: “호리족을 그들의 산악지방 세일에서.” 세일은 원래부터 “산악지방”의 동격어이거나 후대의 설명어일 수 있다.
9. 후에 이스라엘인들은 가나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브엘세바 남쪽 광야의 오아시스인 카데스에 머물게 된다(민수 13 - 14; 20 참조). 아스드롯-카르나임은 시리아의 다마스커스 남쪽에, 사웨-키랴다임은 모압지방에, 그리고 하사손-다말은 사해 서쪽에 있다. 다른 성읍들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아말렉족에 대해서는 36,12.16과 출애 17,8을, 그리고 아모리족에 대해서는 아래 15,16과 각주 참조.
10. 어떤 히브리어 수사본, 사마리아 오경, 칠십인역, 시리아어역에 따른 번역이다. 본문에는 그냥 “소돔과 고모라의 임금”으로만 되어있다.
11. 히브리어 본문에는 그냥 “그들이”로만 되어있는데, 그돌라오멜을 위시한 침략군을 가리킨다.
12. 여기에서 아브라함은 “히브리인”으로 지칭된다. 이 명칭은 원래 종족의 의미보다는 사회적 의미를 지녔던 것으로, 엄격한 의미의 이스라엘인들보다는 더 폭넓은 집단을 가리킨다. 그리스말에서는 “히브리인”을 “유프라테스의 다른 쪽에서 온 사람”으로 번역한다. 어쨌든 이 구절은 아브라함을 마치 낯선 이방인인 듯 말하고 있다.
13. “에스골”은 후에 모세가 파견한 사람들이 정탐하러 간 헤브론 부근의 골짜기 이름이기도 하다(민수 13 참조).<
14. 본문에는 “자기 동기”로 되어있다. 셈족에서는, 다른 여러 민족들에서처럼, 친척 모두를 형제라 부르기도 하였다.
15. 아브라함 집안의 씨종들로서 지속적으로 아브라함에게 종속되는 사람들이다.
16. 직역: “그는 밤에 그들을 거슬러 (여러 패로) 나뉘어, 그와 그의 종들.”
17. 위 14절의 각주 참조.
18. “지존하신 하느님”은 히브리말로 “엘 엘룐”이다.
19. 멜기세덱은 고대 근동의 다른 군주들처럼 임금이면서 동시에 사제였다. 예루살렘의 또 다른 가나안 출신 임금도 이와 매우 비슷한 이름을 지니고 있다. 곧 여호 10,1에 나오는 아도니세덱이다. 주권과 정의 또는 번영을 시사하는 이름의 멜기세덱은 시편 110에 인용되고 신약성서에서는 메시아의 예형으로 여겨진다(히브 7 참조). 멜기세덱은 위 본문에서 사제로 등장한다. 그는 빵 과 포도주를 제공하고, 아브라함에게 복을 기원하며 그에게서 십일조를 받는다. (이것들은 전례행위들이다. 희생제물과 관련된 포도주에 대해서는 출애 29,40; 민수 15,1-12, 십일조에 대해서는 창세 28,22와 각주 참조). 멜기세덱은 “엘 엘룐”의 사제인데, “엘 엘룐”은 다윗이 점령하기 전에 예루살렘에서 숭배되었던 신으로 여겨지며, 성서 저자에게는 이스라엘의 하느님과 같은 하느님이시다. 교부들은 전통적으로 멜기세덱의 행동에서 성찬례의 예형을 보았다.
20. “복을 받을지어다”와 “찬미받으실지어다”는 히브리말에서 똑같다.
21. 여기서도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으면서 다른 이들의 권리는 보장해 주는 아브라함의 아량이 드러난다(13,9와 각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