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빛
CONSTITUTIO DOGMATICA DE ECCLESIA
LUMEN GENTIUM
1964. 11. 21.
강대인 번역
차례 |
1. 교회, 그리스도의 성사 2. 성부의 보편적인 구원 계획 3. 성자의 파견과 활동 4. 교회를 거룩하게 하시는 성령 5. 하느님의 나라 6. 교회의 표상들 7.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8. 가시적이고 영적인 교회 |
9. 새 계약, 새 백성 10. 보편 사제직 11. 성사와 보편 사제직의 수행 12. 하느님 백성의 신앙 감각과 은사 13. 하느님 유일한 백성의 보편성 14. 가톨릭 신자 15. 교회와 비가톨릭 그리스도인 16. 교회와 비그리스도인 17. 교회의 선교 특성 |
18. 서 론 19. 열두 사도의 소명과 선정 20.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 21. 주교직의 성사성 22. 주교단과 그 단장 23. 주교단 안에 있는 주교들의 관계 24. 주교의 봉사 직무 25. 가르치는 임무 26. 거룩하게 하는 임무 27. 다스리는 임무 28. 신부들, 그리스도, 주교, 사제단, 그리스도교 백성과 이루는 관계 29. 부제들 |
30. 교회 안의 평신도 31. 평신도의 본질과 사명 32. 하느님의 백성 안에서 누리는 평신도의 품위 33. 평신도 사도직 34. 사제직과 예배 35. 예언자직과 증거 36. 왕직 37. 교계와 평신도의 관계 38. 세상의 혼인 평신도 |
39. 거룩한 교회 40. 보편적 성화 소명 41. 단일한 성덕의 다양한 실천 42. 성화의 수단과 방법 |
43. 복음적 권고 44. 수도자 신분의 본질과 중요성 45. 교회의 권위와 수도자 신분 46. 수도자의 위대한 봉헌 47. 격려 |
48. 우리 소명의 종말론적 성격 49. 순례하는 교회와 천상 교회의 친교 50. 순례하는 교회와 천상 교회의 관계 51. 공의회의 사목 지침 |
제8장 그리스도와 교회의 신비 안에 계시는 천주의 성모 복되신 동정 마리아 |
52. 하느님의 계획 53. 마리아와 교회 54. 공의회의 의도 |
55. 구약성서에 예언된 구세주의 어머니 56. 주님 탄생 예고 때의 마리아 57. 마리아와 예수님의 유년기 58. 마리아와 예수님의 공생활 59. 승천 뒤의 마리아 |
60. 마리아와 유일한 중개자이신 그리스도 61. 구원 협력 62. 종속적인 구원 임무 63. 동정녀이며 어머니이신 마리아, 교회의 전형 64. 동정녀이며 어머니인 교회 65. 교회가 본받아야 할 마리아의 완덕 |
66. 공경의 본질과 토대 67. 사목 규범 |
68. 하느님 백성의 표지이신 마리아 69. 마리아,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위한 전구자 |
사전 설명 주석 |
하느님의 종들의 종 바오로 주교는 거룩한 공의회의 교부들과 더불어
영구적인 기록으로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을 공포한다.
교회, 그리스도의 성사
1. 인류의 빛(Lumen gentium)은 그리스도이시다. 그러므로 성령 안에 모인 이 거룩한 공의회는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하며(마르 16,15 참조), 모든 사람을 교회의 얼굴에서 빛나는 그리스도의 빛으로 비추어 주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성사와 같다. 교회는 곧 하느님과 이루는 깊은 결합과 온 인류가 이루는 일치의 표징이며 도구이므로, 앞선 공의회들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교회의 본질과 보편 사명을 자기 신자들과 온 세상에 더욱 명백하게 선언하고자 한다. 오늘날 모든 사람이 다양한 사회적 기술적 문화적 유대로 더욱 가까이 연결되어 있으므로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일치를 이루게 하여야 할 교회의 이러한 직무는 현대의 상황에서 한층 더 절박해지고 있다.
성부의 보편적인 구원 계획
2. 영원하신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당신 지혜와 자비의 지극히 자유롭고 심오한 계획으로 온 세상을 창조하시고, 인간을 들어 높여 신적 생명에 참여하게 하셨다. 아담 안에서 타락한 인간들을 버리지 않으시고,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형상이시며 만물에 앞서 태어나신”(골로 1,15) 구세주 그리스도를 보시어, 언제나 인간들에게 구원의 도움을 주셨다. 그리고 성부께서는 모든 뽑힌 이를 영원으로부터 “미리 아시고, 많은 형제 중에서 맏아들이 되신 당신 아들과 같은 모습을 가지도록 미리 정하셨다”(로마 8,29 참조). 또한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을 거룩한 교회 안에 불러모으기로 결정하셨다. 이 교회는 세상이 생길 때부터 이미 예표되었고,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와 구약에서 오묘하게 준비되었고,1) 마지막 시대에 세워져 성령 강림으로 드러났으며, 세말에 영광스러이 완성될 것이다. 그 때에는, 거룩한 교부들의 기록대로, “의인 아벨부터 마지막 뽑힌 사람까지 ”2) 아담 이래의 모든 의인이 보편 교회 안에서 하느님 아버지 앞에 모이게 될
것이다.
성자의 파견과 활동
3. 성자께서는 성부에게서 파견되어 오셨다. 성부께서는 성자 안에서 천지 창조 이전에 우리를 뽑으시어 당신 자녀로 삼으시기로 미리 정하시고, 당신 뜻에 따라 성자 안에서 만물을 새롭게 하고자 하셨다(에페 1,4-5.10 참조). 그러므로 그리스도께서는 성부의 뜻을 이루시려고, 지상에서 하늘 나라를 세우기 시작하시고 성부의 신비를 우리에게 계시하셨으며, 당신의 순명으로 구원을 성취하셨다. 신비 안에서 이미 현존하는 그리스도의 나라 곧 교회는 하느님의 힘으로 세상에서 볼 수 있게 자라고 있다. 그 기원과 성장은 십자가에 못박히시고 창에 찔리신 예수님의 옆구리에서 흘러 나온 피와 물로 상징되었고(요한 19,34 참조), 당신의 십자가 죽음을 두고 “내가 이 세상을 떠나 높이 들리게 될 때에는 모든 사람을 이끌어 나에게 오게 할 것이다.”(요한 12,32) 하신 주님의 말씀으로 예고되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과월절 양으로서 희생되신”(1고린 5,7) 십자가의 희생 제사가 제단에서 거행될 때마다 우리의 구원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동시에 성찬의 빵을 나누는 성사로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을 이루는(1고린 10,17 참조) 신자들의 일치가 표현되고 실현된다. 모든 사람이 세상의 빛이신 그리스도와 이렇게 일치되도록 불리었으며, 우리는 그리스도에게서 나와 그리스도를 통하여 살며 그리스도께 나아가고 있다.
교회를 거룩하게 하시는 성령
4. 그리고 성부께서 성자께 지상에서 이루시도록 맡기신 일이(요한 17,4 참조) 성취된 다음, 오순절에 성령께서 교회를 끊임없이 거룩하게 하시도록 파견되셨다. 또 이렇게 신자들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한 성령 안에서 성부께 가까이 나아가는 것이다(에페 2,18 참조). 이 성령께서는 바로 생명의 영, 곧 영원한 생명으로 솟아오르는 샘이시다(요한 4,14; 7,38-39 참조). 이 성령을 통하여 성부께서는 죄로 죽은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시며 마침내는 그들의 죽은 육신을 그리스도 안에서 부활시키실 것이다(로마 8,10-11 참조). 성령께서는 교회 안에 그리고 바로 성전인 신자들의 마음 안에 머무르시고(1고린 3,16; 6,19 참조), 그 안에서 기도하시며 그들이 하느님의 자녀라는 것을 증언하여 주신다(갈라 4,6; 로마 8,15-16.26 참조). 교회를 온전한 진리로 인도하시고(요한 16,13 참조) 친교와 봉사로 일치시켜 주시며, 교계와 은사의 여러 가지 선물로 교회를 가르치시고 이끄시며 당신의 열매로 꾸며 주신다(에페 4,11-12; 1고린 12,4; 갈라 5,22 참조). 복음의 힘으로 성령께서는 교회를 젊어지게 하시고 끊임없이 새롭게 하시며 자기 신랑이신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도록 이끌어 주신다.3) 성령과 신부가 주 예수님께 “오소서!” 하고 말씀하신다(묵시 22,17 참조).
이렇게 온 교회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일치로 모인 백성”으로 나타난다.4)
하느님의 나라
5. 교회의 신비는 그 창립에서 드러난다. 주 예수님께서는 “때가 다 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마르 1,15; 마태 4,17 참조) 하시며 오래 전부터 성서에서 약속된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는 기쁜 소식을 선포하심으로써 당신 교회를 시작하셨던 것이다. 이 나라는 그리스도의 말씀과 활동과 현존 안에서 사람들에게 빛나기 시작한다. 곧 주님의 말씀은 밭에 심은 씨앗과 비슷하여(마르 4,14 참조), 그 말씀을 믿음으로 듣고 그리스도의 작은 양 떼에(루가 12,32 참조) 들게 된 사람들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인 것이며, 그런 다음에 씨앗은 저절로 싹이 터 수확 때까지 자라난다(마르 4,26-29 참조). 예수님의 기적들 또한 그 나라가 이미 지상에 와 있음을 증명하여 준다. “나는 하느님의 능력으로 마귀를 쫓아 내고 있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나라는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루가 11,20; 마태 12,28 참조). 그러나 모든 것에 앞서, 하느님의 나라는 바로 그리스도 자신에게서 드러난다.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사람의 아들이신 그리스도께서는 “사람들을 섬기러 오셨고 또 목숨을 바쳐 많은 사람을 구원하러 오셨다”(마르 10,45 참조).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을 위하여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다가 부활하셨을 때에 주님으로서 또 그리스도로서 그리고 영원한 사제로서 나타나셨으며(사도 2,36; 히브 5,6; 7,17-21 참조), 성부께서 약속하신 성령을 당신 제자들에게 부어 주셨다(사도 2,33 참조). 그러므로 교회는 그 창립자의 은혜를 받아 사랑과 겸손과 극기의 계명을 충실히 지키며, 하느님과 그리스도의 나라를 선포하고 모든 민족 가운데에 이 나라를 세울 사명을 받았으며 또 지상에서 이 나라의 싹과 시작이 된 것이다. 교회는 조금씩 자라나는 동안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위하여 분투하며, 온 힘을 다하여 자기 임금님과 영광스럽게 결합되기를 바라고 갈망한다.
교회의 표상들
6. 하느님 나라의 계시가 흔히 표상으로 제시되었던 것처럼 그렇게 지금도 여러 가지 모상으로 교회의 깊은 본질이 우리에게 드러나고 있다. 유목 생활이나 농사, 건축 또는 가정과 부부 생활에서 가져온 그 표상들은 예언서들에 마련되어 있다.
실제로, 교회는 양 우리이며 그 유일하고 반드시 필요한 문은 그리스도이시다(요한 10,1-10 참조). 교회는 또한 양 떼이며, 하느님께서 친히 그 목자가 되시겠다고 예고하셨다(이사 40,11; 에제 34,11 이하 참조). 비록 그 양들이 인간 목자들의 다스림을 받지만, 착한 목자이시며 목자들의 으뜸이신 그리스도께서 끊임없이 그 양들을 기르시고 이끌어 주신다(요한 10,11; 1베드 5,4 참조). 그리스도께서는 양들을 위하여 당신 목숨을 바치셨다(요한 10,11-15 참조).
교회는 하느님의 농사 곧 하느님의 밭이다(1고린 3,9 참조). 그 밭에서 옛 올리브 나무가 자라고 있다. 성조들이 그 거룩한 뿌리이며, 거기에서 유다인들과 이방인들의 화해가 이루어졌고 또 이루어질 것이다(로마 11,13-26 참조). 바로 그 밭을 천상의 농부께서 포도밭으로 선택하셨다(마태 21,33-43 병행; 이사 5,1 이하 참조). 그리스도께서는 참된 포도나무이시며 그 가지들인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고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신다. 우리는 교회를 통하여 그리스도 안에 머무르며, 그리스도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요한 15,1-5 참조).
또 흔히 교회를 하느님의 집이라고 한다(1고린 3,9 참조). 주님께서 친히 당신을 돌에 비겨, 집 짓는 사람들이 버린 돌이 바로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다고(마태 21,42 병행; 사도 4,11; 1베드 2,7; 시편 117[118],22 참조) 하셨다. 그 기초 위에서 교회가 사도들을 통하여 지어졌고(1고린 3,11 참조), 그 기초 때문에 교회는 견고한 결속력을 지닌다. 그 건물은 여러 가지 이름으로 꾸며진다. 하느님의 집(1디모 3,15 참조), 곧 하느님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곳, 하느님의 신령한 거처(에페 2,19-22 참조), 하느님께서 사람들과 함께 계시는 장막(묵시 21,3 참조), 특히 거룩한 교부들이 찬미하는, 돌로 지은 지성소에서 표상되는 성전이라 불리며, 전례에서는 당연히 거룩한 도읍, 새 예루살렘에 비겨진다.5) 바로 그 안에서 우리는 이 세상의 살아 있는 돌로 쓰인다(1베드 2,5 참조). 그 거룩한 도읍이 새로운 세상에서 “신랑을 맞을 신부가 단장한 것처럼 차리고”(묵시 21,1-2) 하느님께서 계시는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것을 요한은 보았다.
“하늘의 예루살렘”인 교회는 또한 “우리 어머니”라고 불리며(갈라 4,26; 묵시 12,17 참조), 순결한 어린양의 순결한 신부로 묘사된다(묵시 19,7; 21,2.9; 22,17 참조). 그리스도께서는 교회를 “사랑하셔서……교회를 거룩하게 하시려고 당신의 몸을 바치셨다”(에페 5,25-26). 풀릴 수 없는 계약으로 교회를 당신과 결합시키시어 끊임없이 “기르고 보살펴 주시며”(에페 5,29), 교회가 깨끗한 몸으로 당신과 결합되어 사랑과 신의로 당신께 순종하기를 바라셨다(에페 5,24 참조). 그리고 영원한 천상 은혜로 교회를 채우시어, 우리에 대한 하느님과 그리스도의 사랑, 모든 지식을 초월하는 그 사랑을 깨닫게 해 주셨다(에페 3,19 참조). 교회는 이 세상에서 주님과 떨어져 있는 동안(2고린 5,6 참조) 마치 귀양살이를 하듯 살아가며 천상의 것을 추구하고 맛본다. 그 곳에는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의 오른편에 앉아 계시며, 또 교회의 생명이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 안에 감추어져 있어, 교회가 자기 신랑과 함께 영광 속에 나타날 때까지는 그 생명이 보이지 않는다(골로 3,1-4 참조).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7. 하느님의 아들 성자께서는 당신과 결합시키신 인간 본성 안에서 당신의 죽음과 부활로 죽음을 이기시고 인간을 구원하시어 새 사람으로 변모시키셨다(갈라 6,15; 2고린 5,17 참조). 모든 민족 가운데에서 불러모으신 당신 형제들에게 당신의 성령을 주시어 신비로이 당신의 몸을 이루셨다.
그 몸 안에서 그리스도의 생명이 신자들에게 나누어지며, 신자들은 수난을 당하시고 영광을 받으신 그리스도와 성사들을 통하여 신비롭게 실제로 결합되는 것이다.6) 우리는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께 동화된다. “우리는 모두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다”(1고린 12,13).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대한 결합이 세례의 거룩한 예식으로 드러나고 이루어진다. “과연 우리는 세례를 받고 죽어서 그분과 함께 묻혔다. …… 우리는 그리스도와 같이 죽어서 그분과 하나가 되었으니 그리스도와 같이 다시 살아나서 또한 그분과 하나가 될 것이다”(로마 6,4-5). 성찬의 빵을 나누어 먹으며 실제로 주님의 몸을 모시는 우리는 주님과 더불어 또 우리 사이에 친교를 이루도록 들어 높여진다. “빵은 하나이고 우리가 모두 그 한 덩어리 빵을 나누어 먹는 사람들이니 비록 우리가 여럿이지만 모두 한 몸인 것이다”(1고린 10,17). 이렇게 우리는 모두 그 몸의 지체가 되며(1고린 12,27 참조), “각각 서로서로의 지체 구실을 하고 있다”(로마 12,5).
사람 몸의 지체가 여럿이지만 모든 지체가 한 몸을 이루듯이 신자들도 그리스도 안에서 그러하다(1고린 12,12 참조). 그리스도의 몸을 이룰 때에도 지체들이 서로 다르고 그 직무가 서로 다른 것이다. 성령께서는 한 분이시다. 그 성령께서 당신의 풍요와 직무의 필요에 따라 여러 가지 선물을 교회에 유익하도록 나누어 주신다(1고린 12,1-11 참조). 그 선물들 가운데에서 사도들이 받은 은총이 가장 뛰어난 것이며, 성령께서는 은사를 받은 사람들도 사도들의 권위에 복종시키셨다(1고린 14장 참조). 그 성령께서는 친히 당신의 힘으로 또 지체들의 내적 결합으로 한 몸을 이루시고 신자들 가운데에서 사랑을 일으키시고 재촉하신다. 그러므로 한 지체가 고통을 당하면 모든 지체가 함께 아파하고, 한 지체가 영광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기뻐한다(1고린 12,26 참조).
이 몸의 머리는 그리스도이시다. 그리스도께서 바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모습이시며, 그분 안에서 만물이 창조되었다. 그분께서는 모든 이에 앞서 계시며 만물이 그분 안에서 존속한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몸인 교회의 머리이시다. 그분께서는 모든 것의 시작이시고 죽은 자들 가운데에서 살아나신 최초의 분이시며 만물의 으뜸이 되셨다(골로 1,15-18 참조).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위대한 힘으로 하늘과 땅의 모든 것을 다스리시며, 당신의 탁월한 완전성과 활동으로 온 몸을 당신 영광의 부요로 채워 주신다(에페 1,18-23 참조).7)
모든 지체는 그리스도를 닮아 그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형성하여야 한다(갈라 4,19 참조). 그리하여 우리는 그리스도의 생명의 신비 안으로 받아들여지고 그분과 동화되어 그분과 함께 죽고 함께 부활하여 마침내 그분과 함께 다스릴 것이다(필립 3,21; 2디모 2,11; 에페 2,6; 골로 2,12 등 참조). 아직도 지상의 나그네인 우리가 환난과 박해 속에서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르며 머리에 결합된 몸으로서 그분의 고난을 함께 받는 것은 그분과 함께 영광을 받으려는 것이다(로마 8,17 참조).
그리스도에게서 “몸 전체는 각 마디와 힘줄을 통하여 영양을 받으며 서로 연결되어 하느님의 계획대로 자라나는 것이다”(골로 2,19).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몸에 곧 교회 안에 봉사 직무의 은총을 끊임없이 마련하여 주시므로, 우리는 그 은총을 받아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구원을 위하여 서로 봉사한다. 이로써 우리는 사랑 안에서 진리를 따르며 모든 것을 통하여 우리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향하여 자라나게 된다(에페 4,11-16 참조).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가 끊임없이 새로워지도록(에페 4,23 참조)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당신 성령을 주셨으며, 머리와 지체들 안에 현존하시는 한 분이신 똑같은 성령께서는 온 몸에 생명을 주시고 온 몸을 일치시키시고 움직이신다. 그래서 거룩한 교부들은 성령의 임무를 생명의 원리인 영혼이 인체 안에서 하는 일과 비교할 수 있었다.8)
그리스도께서는 교회를 당신의 신부처럼 사랑하시어, 제 아내를 제 몸같이 사랑하는 남편의 모범이 되셨으며(에페 5,25-28 참조), 바로 그 교회는 자기 머리에 순종한다(에페 5,23-24 참조). “그리스도의 인성 안에는 하느님의 완전한 신성이 깃들어 있으므로”(골로 2,9),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충만한 몸인 교회를 당신의 신적 은총으로 채워 주시어(에페 1,22-23 참조), 교회는 하느님의 온갖 충만함을 향하여 나아가 그 충만함에 이르게 된다(에페 3,19 참조).
가시적이고 영적인 교회
8. 유일한 중개자이신 그리스도께서는 믿음과 바람과 사랑의 공동체인 당신의 거룩한 교회를 이 땅 위에 가시적인 구조로 세우시고 끊임없이 지탱하여 주시며,9) 교회를 통하여 모든 사람에게 진리와 은총을 널리 베푸신다. 교계 조직으로 이루어진 단체인 동시에 그리스도의 신비체, 가시적 집단인 동시에 영적인 공동체, 지상의 교회인 동시에 천상의 보화로 가득 찬 이 교회는 두 개가 아니라 인간적 요소와 신적 요소로 합성된 하나의 복합체를 이룬다고 보아야 한다.10) 그그러기에 훌륭한 유비로 교회는 강생하신 말씀의 신비에 비겨지는 것이다. 하느님의 말씀께서 받아들이신 본성도 구원의 생명체로서 말씀과 떨어질 수 없도록 결합되어 말씀에 봉사하듯이, 다르지 않은 모양으로 교회의 사회적 조직도 교회에 생명을 주시는 그리스도의 성령께 봉사하여 그 몸을 자라게 한다(에페 4,16 참조).11)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유일한 교회이며, 우리는 신경에서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며 사도로부터 이어 오는 교회라고 고백 한다.12) 우리 구세주께서는 부활하신 뒤에 베드로에게 교회의 사목을 맡기셨고(요한 21,17 참조), 베드로와 다른 사도들에게 교회의 전파와 통치를 위임하셨으며(마태 28,18 이하 참조), 교회를 영원히 진리의 기둥과 터전으로 세우셨다(1디모 3,15 참조). 이 교회는 이 세상에 설립되고 조직된 사회로서 베드로의 후계자와 그와 친교를 이루는 주교들이 다스리고 있는 가톨릭 교회 안에 존재한다.13) 그 조직 밖에서도 성화와 진리의 많은 요소가 발견되지만, 그 요소들은 그리스도 교회의 고유한 선물로서 보편적 일치를 재촉하고 있다.
그리스도께서 가난과 박해 속에서 구원 활동을 완수하셨듯이, 그렇게 교회도 똑같은 길을 걸어 구원의 열매를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부름 받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과 본질이 같은 분이셨지만……당신의 것을 다 내어 놓고 종의 신분을 취하셨으며”(필립 2,6-7), 우리를 위하여 “부요하셨지만 가난하게 되셨다”(2고린 8,9). 이렇게 교회는, 그 사명을 수행하려면 인간적인 힘이 필요하겠지만, 현세의 영광을 추구하도록 세워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범으로도 비움과 버림을 널리 전하도록 세워진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찢긴 마음을 싸매 주며”(루가 4,18 참조), “잃은 사람들을 찾아 구원하러”(루가 19,10) 하느님 아버지에게서 파견되셨다. 이와 같이 교회도 인간의 연약함으로 고통받는 모든 사람을 사랑으로 감싸 주고, 또한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자기 창립자의 가난하고 고통받는 모습을 알아보고, 그들의 궁핍을 덜어 주도록 노력하며, 그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섬기고자 한다. “거룩하시고 순결하시고 흠이 없으신”(히브 7,26) 그리스도께서 죄를 모르셨지만(2고린 5,21 참조) 오로지 백성들의 죄를 없애러 오셨으므로(히브 2,17 참조), 자기 품에 죄인들을 안고 있어 거룩하면서도 언제나 정화되어야 하는 교회는 끊임없이 참회와 쇄신을 추구한다.
교회는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주님의 십자가와 죽음을 전하며(1고린 11,26 참조), “세상의 박해와 하느님의 위안 속에서 나그넷길을 걷는다.”14) 그러나 부활하신 주님의 능력으로 굳세게 되어, 안팎으로 당하는 고통과 난관을 인내와 사랑으로 이겨 내며, 마지막 때에 충만한 빛 속에서 드러날 주님의 신비를 어렴풋이나마 충실하게 세상에 보여 준다.
새 계약, 새 백성
9. 어느 시대, 어느 민족이든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두려워하며 정의를 실천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받아들이신다(사도 10,35 참조).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을 서로 아무런 연결도 없이 개별적으로 거룩하게 하시거나 구원하시려 하지 않으시고, 오직 사람들이 백성을 이루어 진리 안에서 당신을 알고 당신을 거룩히 섬기도록 하셨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당신 백성으로 뽑으시고 그들과 계약을 맺으셨으며, 차츰차츰 그들을 가르치시고 그 역사를 통하여 당신과 당신 계획을 드러내시며 그 백성을 당신 것으로 거룩하게 하셨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질 저 새롭고 완전한 계약, 바로 사람이 되신 하느님 말씀을 통하여 전하여질 더욱 완전한 계시의 준비와 표상이 된다. “그 날이 온다. 주님의 말씀이다. 그 때에 나는 이스라엘 집안과 유다 집안과 새 계약을 맺으리라.……나는 그들 가슴 속에 내 법을 넣어 주고, 그들의 마음에 그 법을 써 넣으리라. 그리하여 나는 그들의 하느님이 되고 그들은 내 백성이 되리라.……낮은 자부터 높은 자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나를 알아 모시게 될 것이다. 주님의 말씀이다”(예레 31,31-34). 그 새로운 계약을 그리스도께서 세우셨다. 그리스도께서는 바로 당신 피로 새로운 계약을 맺으시고(1고린 11,25 참조), 유다인과 이방인 가운데에서 부르신 백성을 혈육에 따라서가 아니라 오로지 성령 안에서 하나로 모으시어,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이 되게 하셨다.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은 썩어 없어질 씨앗에서 난 것이 아니라 썩지 않을 씨앗에서 살아 계시는 하느님의 말씀을 통하여 새로 났으며(1베드 1,23 참조), 혈육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물과 성령으로 새로 나(요한 3,5-6 참조), 마침내 “선택된 민족, 왕의 사제들, 거룩한 겨레, 하느님의 소유가 된 백성으로서……전에는 하느님의 백성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하느님의 백성이 된 것이다”(1베드 2,9-10).
이 메시아 백성은 그리스도를 머리로 모시고 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죄 때문에 돌아가셨다가 우리를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에 놓아 주시기 위해서 다시 살아나셨으며”(로마 4,25), 지금은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받으시어 하늘에서 영광스럽게 다스리고 계신다. 이 백성은 그 신분으로 하느님 자녀의 품위와 자유를 지니며, 성령께서 마치 성전에 계시듯 그들의 마음 안에 머무르신다. 이 백성은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사랑하여야 한다는 사랑의 새 계명을 그 법으로 지니고 있다(요한 13,34 참조). 마지막으로, 이 백성은 하느님의 나라를 그 목적으로 삼는다. 하느님께서 친히 이 땅에서 시작하신 그 나라는 세말에 또한 당신 친히 완성하실 때까지 끝까지 넓혀져야 한다. 그 때에 우리의 생명이신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것이며(골로 3,4 참조), “피조물도 멸망의 사슬에서 풀려나 하느님의 자녀들이 누리는 영광스런 자유에 참여할 것이다”(로마 8,21). 그러므로 이 메시아 백성은 비록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을 다 포함하지도 못하고 가끔 작은 무리로 보이지만, 온 인류를 위하여 일치와 희망과 구원의 가장 튼튼한 싹이 된다. 그리스도께서는 생명과 사랑과 진리의 친교를 이루도록 세우신 이 백성을 또한 모든 사람을 위한 구원의 도구로 삼으시고, 세상의 빛으로서 땅의 소금으로서(마태 5,13-16 참조) 온 세상에 파견하신다.
사막을 헤매던 혈족 이스라엘이 이미 하느님의 교회라고 불렸던 것처럼(2에즈 13,1; 민수 20,4; 신명 23,1 이하 참조), 현세를 거닐며 미래의 영원한 나라를 찾고 있는(히브 13,14 참조) 새 이스라엘도 그리스도의 교회라고 불린다(마태 16,18 참조). 그리스도께서 이 교회를 당신 피로 얻으셨고(사도 20,28 참조), 당신 성령으로 충만하게 하셨으며, 이 교회에 가시적 사회적 결합의 적절한 수단들을 부여하셨기 때문이다. 구원의 주인이시며 일치와 평화의 원리이신 예수님을 믿고 바라보는 이들의 무리를 하느님께서 불러모으시어 교회를 세우시고, 모든 사람과 개인의 구원을 이룩하는 이 일치의 볼 수 있는 성사가 되게 하셨다.1) 이 교회는 모든 지역에 전파되도록 인간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지만 동시에 시대와 민족의 경계를 초월한다. 시련과 고난을 거쳐 나아가는 교회는 주님께서 자신에게 약속하여 주신 하느님 은총의 힘으로 위로를 받고, 인간의 나약함 속에서도 완전한 신의를 지켜 자기 주님의 어엿한 신부로 살아가며, 성령의 활동 아래에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쇄신하여 마침내 십자가를 통하여 결코 꺼질 줄 모르는 빛에 이를 것이다.
보편 사제직
10. 사람들 가운데에서 뽑히신 대사제 주 그리스도께서는(히브 5,1-5 참조) 새 백성이 “한 왕국을 이루게 하시고 또 당신의 하느님 아버지를 섬기는 사제들이 되게 하셨다”(묵시 1,6; 5,9-10 참조). 세례 받은 사람들은 새로 남과 성령의 도유를 통하여 신령한 집과 거룩한 사제직으로 축성되었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은 인간의 모든 활동을 통하여 신령한 제사를 바치며 그들을 어두운 데에서 당신의 놀라운 빛 가운데로 불러 주신 분의 능력을 선포한다(1베드 2,4-10 참조).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모든 제자는 끊임없이 기도하고 하느님을 함께 찬양하며(사도 2,42-47 참조), 자신을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아 주실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고(로마 12,1 참조) 세상 어디에서나 그리스도를 힘차게 증언하며, 설명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영원한 생명에 대하여 자신들이 간직하고 있는 희망을 설명해 주어야 한다(1베드 3,15 참조).
신자들의 보편 사제직과 직무 또는 교계 사제직은, 정도만이 아니라 본질에서 다르기는 하지만, 서로 밀접히 관련되어 있으며, 그 하나하나가 각기 특수한 방법으로 그리스도의 유일한 사제직에 참여하고 있다.2) 직무 사제는 참으로 그가 지닌 거룩한 힘으로 사제다운 백성을 모으고 다스리며, 성찬의 희생 제사를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거행하고 온 백성의 이름으로 하느님께 봉헌한다. 그리고 신자들은 자신의 왕다운 사제직의 힘으로 성찬의 봉헌에 참여하며,3) 여러 가지 성사를 받고 기도하고 감사를 드리며 거룩한 삶을 증언하고 극기와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사제직을 수행한다.
성사와 보편 사제직의 수행
11. 사제 공동체의 거룩한 특성과 유기적 구조는 성사와 덕행을 통하여 현실화된다. 신자들은 세례를 통하여 교회에 합체되어 그리스도교의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인호를 받고, 또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 교회를 통하여 하느님께 받은 신앙을 사람들 앞에서 고백하려고 힘쓴다.4) 견진성사로 신자들은 더욱 완전히 교회에 결합되며 성령의 특별한 힘을 받아 그리스도의 참된 증인으로서 말과 행동으로 신앙을 전파하고 옹호하여야 할 더 무거운 의무를 진다.5)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인 성찬의 희생 제사에 참여하는 신자들은 신적 희생제물을 하느님께 바치며, 자기 자신을 그 제물과 함께 봉헌한다.6) 이이렇게 봉헌에서나 영성체에서나, 똑같지 않고 저마다 다르게, 모든 신자는 전례 행위 안에서 자기 역할을 한다. 더 나아가 거룩한 모임에서 그리스도의 몸을 받아 모신 신자들은 이 지존한 성사로 적절히 드러나고 놀랍게 이루어지는 하느님 백성의 일치를 구체적인 방법으로 보여 준다.
고해성사를 보는 신자들은 하느님께 끼친 모욕에 대하여 그분의 자비로 용서를 받으며, 또한 동시에 범죄로 상처를 입혔던 교회, 사랑과 모범과 기도로써 죄인들의 회개를 위하여 노력하는 교회와 화해를 한다. 병자들의 거룩한 도유와 사제들의 기도로 온 교회는 병자들을 수난하시고 영광을 받으신 주님께 맡겨 드리며, 그들의 병고를 덜어 주시고 낫게 하여 주시도록 간청하는(야고 5,14-16 참조) 한편, 병자들도 자기 자신을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에 자유로이 결합시켜(로마 8,17; 골로 1,24; 2디모 2,11-12; 1베드 4,13 참조) 하느님 백성의 선익에 기여하도록 권고한다. 그리고 신자들 가운데에서 성품에 오르는 이들은 하느님의 말씀과 은총으로 교회를 사목하도록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워진다. 끝으로, 그리스도와 교회 사이의 풍요로운 사랑과 일치의 신비를 드러내고 그 신비에 참여하는 혼인성사의 힘으로(에페 5,32 참조), 그리스도인 부부는 부부 생활은 물론 자녀 출산과 교육을 통하여 성덕에 나아가도록 서로 도와 주며, 또한 하느님의 백성 가운데에서 자기 생활 신분과 영역에 고유한 은총을 받는다.7) 실제로 이 혼인에서 가정이 생겨나고, 가정에서 인간 사회의 새로운 시민들이 태어나며, 성령의 은총을 통하여 그들은 하느님 백성을 역사의 흐름 속에 영속시키도록 세례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이다. 바로 이 가정 교회에서 부모는 말과 모범으로 자기 자녀들을 위하여 최초의 신앙 선포자가 되어야 하며, 각자의 고유한 소명을 특별한 배려로 육성하여야 한다.
이렇게 크고 많은 구원의 수단을 갖춘 모든 그리스도인은, 어떠한 생활 신분이나 처지에서든, 하느님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완전한 성덕에 이르도록 저마다 자기 길에서 주님께 부르심을 받는다.
하느님 백성의 신앙 감각과 은사
12.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은 또한 그리스도의 예언직에도 참여한다. 특히 믿음과 사랑의 생활로 그리스도께 대한 생생한 증거를 널리 전하며, 그분의 이름을 찬양하는 입술의 열매를 찬미의 제물로 하느님께 바친다(히브 13,15 참조). 성령께 도유를 받는 신자 전체는(1요한 2,20과27 참조) 믿음에서 오류를 범할 수 없으며, “주교부터 마지막 평신도에 이르기까지”8) 신앙과 도덕 문제에 관하여 보편적인 동의를 보일 때에, 온 백성의 초자연적 신앙 감각의 중개로 이 고유한 특성을 드러낸다. 실제로 진리의 성령께서 일깨워 주시고 지탱하여 주시는 저 신앙 감각으로 하느님의 백성은 거룩한 교도권의 인도를 받는다. 교도권에 충실히 따르는 백성은 그 가르침을 이미 사람의 말이 아니라 사실 그대로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고(1데살 2,13 참조), “성도들에게 한번 전해진 믿음”(유다 3 참조)을 온전히 지키며, 올바른 판단으로 그 믿음을 더욱 깊이 깨닫고 그 믿음을 실생활에 더욱 충만히 적용시킨다.
더 나아가 같은 성령께서는 성사와 교역을 통하여 하느님의 백성을 거룩하게 하시고 인도하시며 여러 가지 덕행으로 꾸며 주실 뿐 아니라 또한 당신 은혜를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각 사람에게 나누어 주시며”(1고린 12,11) 모든 계층의 신자들에게 특별한 은총도 나누어 주신다. 각 사람에게 주신 성령의 선물은 공동의 이익을 위한 것(1고린 12,7 참조)이라는 말씀에 따라, 성령께서는 그러한 은총으로 교회의 쇄신과 더욱 폭넓은 교회 건설을 위하여 유익한 여러 가지 활동이나 직무를 받아들이는 데에 알맞도록 신자들을 준비시키신다. 그러한 은사는 뛰어난 것이든 더 단순하고 더 널리 퍼진 것이든 교회의 필요에 매우 적합하고 유익한 것이므로 감사와 위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이례적인 은총은 함부로 간청하지 말아야 하며, 지레 그러한 은총에서 사도직 활동의 결실을 바라지도 말아야 한다. 그러나 은사의 진실성과 올바른 실천에 관한 판단은 교회를 다스리는 이들에게 속하며, 성령의 불을 끄지 않고 모든 것을 시험하여 좋은 것을 붙드는 일은 특별히 그들의 소관이다(1데살 5,12와 19-21 참조).
하느님 유일한 백성의 보편성
13. 모든 사람은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을 이루도록 불린다. 그러므로 언제나 하나이고 유일한 이 백성은 모든 세대를 통하여 온 세상에 퍼져 나가, 처음에 인간 본성을 하나로 만드시고 흩어진 당신 자녀들을 마침내 하나로 모으고자 하신 하느님 뜻의 계획을(요한 11,52 참조) 성취시켜야 한다. 이를 위하여 하느님께서는 당신 아들을 보내시어, 만물의 상속자로 삼으시고(히브 1,2 참조), 모든 사람의 스승이요 왕이며 사제가 되고 하느님 자녀들 곧 새롭고 보편적인 백성의 머리가 되게 하셨다. 이를 위하여 하느님께서는 마침내 당신 성자의 성령, 주님이시며 생명을 주시는 성령을 보내 주셨다. 성령께서는 온 교회를 위하여 또 개인과 모든 신자를 위하여 사도들의 가르침과 친교에서 그리고 빵의 나눔과 기도에서 모임과 일치의 근원이 되신다(사도 2,42 참조).
따라서 지상의 모든 민족 가운데에 하나의 하느님 백성이 있다. 그들은 모든 민족 가운데에서 지상 왕국이 아니라 하늘 나라의 시민으로서 자기 백성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온 세계에 흩어져 있는 모든 신자가 성령 안에서 다른 이들과 친교를 이룬다. 이렇게 하여 “로마에 앉아서 인도인들이 자기 지체임을 안다.”9)
그러나 그리스도의 나라는 이 세상의 왕국이 아니므로(요한 18,36 참조), 이 나라를 이끌어들이는 교회 곧 하느님의 백성은 어떠한 민족이든 그 현세적 선을 결코 없애지 않으며, 오히려 정반대로 민족들의 역량과 자산과 관습을 좋은 것이라면 촉진하고 받아들이며, 받아들임으로써 실제로 정화하고 강화하며 승화시킨다. 사실 교회는 저 임금님과 함께 모여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 임금님께 만방이 유산으로 주어지고(시편 2,8 참조), 뭇민족들이 그분의 나라로 선물과 예물을 가져온다(시편 71[72],10; 이사 60,4-7; 묵시 21,24 참조). 하느님의 백성을 돋보이게 꾸며 주는 이 보편성은 바로 주님의 선물이다. 이로써 가톨릭 교회는 온 인류가 그 모든 부요와 함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그분 성령의 일치 안에서 하나가 되게 하려고 힘껏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10)
이 보편성의 힘으로, 각 부분이 그 고유한 은혜를 다른 부분들과 온 교회에 가져다 주어, 전체와 각 부분은 모든 것을 서로 나누며 일치 안에서 충만을 함께 도모하는 가운데에 자라나게 된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백성은 여러 민족들 가운데에서 모인 것일 뿐 아니라 그 자체 안에서도 여러 계층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하느님 백성의 지체들 사이에는 다양성이 있다. 직무에 따라 어떤 이들은 자기 형제들의 선익을 위하여 거룩한 봉사 직무를 수행하며, 신분과 생활 양식에 따라 많은 이들은 수도 생활 속에서 더 좁은 길로 성덕을 추구하며 형제들을 자신의 모범으로 격려한다. 그러기에 또한 교회의 친교 안에는 고유한 전통을 지니는 개별 교회들이 당연히 존재한다. 그러나 베드로 교좌의 수위권은 온전히 보존된다. 사랑의 모든 공동체를 다스리는 베드로
교좌는11) 정당한 다양성을 보호하고 또 동시에 개별 요소들이 일치에 해를 끼치지 않고 오히려 일치에 이바지하도록 감독한다. 그러기에 마침내 교회의 여러 부분들 사이에는 영적 부요와 사도직 인력과 현세적 자원에 관한 긴밀한 친교의 유대가 존재한다. 사실 하느님 백성의 구성원들은 서로 선익을 나누도록 불렸으므로, “각자가 받은 은총의 선물이 무엇이든지, 그것을 가지고 서로 봉사하십시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 주신 갖가지 은총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 되십시오.”(1베드 4,10) 한 사도의 말씀은 각 개별 교회들에도 해당되는 것이다.
하느님 백성의 이 보편적 일치는 세계 평화를 예시하고 증진하므로 모든 사람이 이 일치로 부름 받고 있다. 가톨릭 신자이든 그리스도를 믿는 다른 신자이든 모든 사람이 다 여러 모로 이 일치에 소속되거나 관련되어 있다. 하느님의 은총은 모든 사람을 구원으로 부른다.
가톨릭 신자
14. 그러므로 거룩한 공의회는 먼저 가톨릭 신자들을 생각한다. 공의회는 성서와 성전에 의지하여 이 순례하는 교회가 구원에 필요하다고 가르친다. 왜냐하면, 그리스도 한 분만이 중개자요 구원의 길이시며, 당신 몸인 교회 안에서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께서는 또한 신앙과 세례의 필요성을 분명한 말씀으로 강조하시면서(마르 16,16; 요한 3,5 참조), 동시에 교회의 필요성도 확인하셨다. 사람들은 마치 문과 같은 세례를 통하여 교회로 들어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가톨릭 교회를 필요한 것으로 세우신 사실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교회로 들어오기를 싫어하거나 그 안에 머물러 있기를 거부하는 저 사람들은 구원받을 수 없을 것이다.
교회의 모임에 완전히 합체된 사람들은 그리스도의 성령을 모시고, 교회 안에 세워진 완전한 질서와 구원의 모든 수단을 받아들이며, 교회의 가시적 구조 안에서 교황과 주교들을 통하여 다스리시는 그리스도와 결합된다. 곧 신앙 고백과 성사, 교회 통치와 친교의 유대로 결합된다. 그러나 교회에 합체되더라도 사랑 안에 머무르지 못하고 교회의 품안에 “마음”이 아니라 “몸”만 남아 있는 사람은 구원받지 못한다.12) 그러나 교회의 모든 자녀는 자신의 뛰어난 신분을 자기 공덕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특별한 은총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여야만 한다. 그 은총에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응답하지 않는다면 구원을 받기는커녕 더욱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13)
성령의 감도를 받아 명백한 의지로 교회에 합체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예비신자들은 이 소망 자체로 교회와 결합된다. 어머니인 교회는 이미 자기 자녀가 된 그들을 사랑과 배려로 감싸 안는다
교회와 비가톨릭 그리스도인
15.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을 지녔지만 완전한 신앙을 고백하지 않거나 베드로의 후계자 아래에서 친교의 일치를 보존하지 못하는 저 사람들과도 교회는 자신이 여러 가지 이유로 결합되어 있음을 알고 있다.14)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영예롭게 성서를 신앙과 생활의 규범으로 삼고, 진실한 종교적 열정을 보여 주며, 전능하신 하느님 아버지와 하느님의 아들 구세주 그리스도를 사랑으로 믿고,15) 세례의 인호를 받아 그리스도와 결합되고, 다른 성사들까지도 자기 교회나 교회 공동체 안에서 인정하고 받는다. 그들 가운데에 많은 이들은 주교직도 향유하고 성찬례를 거행하며 천주의 동정 성모님께 대한 신심도 존중한다.16) 기도와 다른 영적 은혜의 친교가 이루어지고, 성령 안의 어떤 결합까지도 진실하다. 왜냐하면 성령께서는 은혜와 은총으로 그들 안에서도 거룩하게 하시는 당신의 능력을 발휘하시며, 그들 가운데에서 어떤 이들은 피를 흘리기까지 그 힘을 북돋워 주셨기 때문이다. 이렇게 성령께서는 모든 이가 그리스도께서 정하신 방법대로 하나인 양 떼 안에서 한 목자 밑에 평화롭게 일치되게 하려는 열망과 활동을 그리스도의 모든 제자에게서 일으켜 주신다.17) 이 일치를 이루고자 어머니인 교회는 끊임없이 기도하고 희망하고 행동하며, 그리스도의 표지가 교회의 얼굴에서 더욱 찬란히 빛나도록 자녀들에게 정화와 쇄신을 권고한다.
교회와 비그리스도인
16. 끝으로, 복음을 아직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들도 여러 가지 이유로 하느님의 백성과 관련되어 있다.18) 먼저, 계약과 약속이 주어졌던 저 백성이 참으로 그렇다. 인성으로 말하면 그리스도께서 그 백성에게서 태어나셨으며(로마 9,4-5 참조), 선택에 따라 보면 그 백성은 조상 덕택으로 하느님의 가장 큰 사랑을 받았다. 하느님께서는 한 번 주신 선물이나 소명을 다시 거두지 않으시기 때문이다(로마 11,28-29 참조). 그러나 구원 계획은 창조주를 알아 모시는 사람들을 다 포함하며, 그 가운데에는 특히 모슬렘도 있다. 그들은 아브라함의 신앙을 간직하고 있다고 고백하며, 마지막 날에 사람들을 심판하실 자비로우시고 유일하신 하느님을 우리와 함께 흠숭하고 있다. 어둠과 그림자 속에서 미지의 신을 찾고 있는 저 사람들에게서도 하느님께서는 결코 멀리 계시지 않으신다.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생명과 호흡과 모든 것을 주시고(사도 17,25-28 참조), 구세주께서 모든 사람이 구원받게 되기를 바라시기 때문이다(1디모 2,4 참조). 사실, 자기 탓 없이 그리스도의 복음과 그분의 교회를 모르지만 진실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고 양심의 명령을 통하여 알게 된 하느님의 뜻을 은총의 영향 아래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영원한 구원을 얻을 수 있다.19) 또한 하느님의 섭리는 자기 탓 없이 아직 하느님을 분명하게 알지 못하지만 하느님의 은총으로 바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는 구원에 필요한 도움을 거절하지 않으신다. 사실 그들이 지닌 좋은 것, 참된 것은 무엇이든지 다 교회는 복음의 준비로 여기며,20) 모든 사람이 마침내 생명을 얻도록 빛을 비추시는 분께서 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흔히 악마에게 속아 허황한 생각에 빠져 하느님의 진리를 거짓과 뒤바꾸고 창조주보다 피조물을 더 섬기며(로마 1,21.25 참조), 또는 이 세상에서 하느님 없이 살다가 죽어 가며 극도의 절망에 놓인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영광과 이 모든 사람의 구원을 증진하고자, 교회는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하신 주님의 명령을 기억하고 선교 촉진에 진력하고 있다.
교회의 선교 특성
17. 성자께서 성부에게서 파견되신 것처럼 성자께서는 사도들을 파견하시며(요한 20,21 참조) 말씀하셨다. “너희는 가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쳐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19-20). 구원의 진리를 선포하라는 그리스도의 이 장엄한 명령을 교회는 사도들에게서 받았으며, 땅 끝에 이르기까지 이 명령을 이행하여야 한다(사도 1,8 참조). 그러므로 “만일 내가 복음을 전하지 않는다면 나에게 화가 미칠 것”(1고린 9,16)이라고 한 사도의 말씀을 자기 것으로 삼아, 교회는 끊임없이 선교사들을 파견하여 새 교회들이 완전히 세워지고 또 스스로 복음화 활동을 지속하게 한다. 성령의 재촉을 받아 교회는 그리스도를 온 세상 구원의 근원으로 세우신 하느님의 계획이 완전히 실현되도록 협력하고 있다. 복음을 선포함으로써 교회는 청중을 신앙과 신앙 고백으로 이끌어 세례를 받도록 준비시키고, 오류의 예속에서 구출하고, 그들을 그리스도께 합체시켜 사랑을 통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충만에 이르기까지 자라나게 한다. 교회는 자신의 활동을 통하여,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에 또는 민족들의 고유 의례와 문화에 심어져 있는 좋은 것은 무엇이든 없어지지 않도록 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의 영광과 악마의 패배와 인간의 행복을 위하여 치유되고 승화되며 완성되게 한다. 그리스도의 제자는 누구나 다 제 나름대로 신앙을 전파하여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21) 믿는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세례를 줄 수 있지만, 성찬의 희생 제사로 “몸”의 건설을 완성하는 것은 사제의 임무이다. 사제는 예언자를 통하여 “나의 이름은 해 뜨는 데서 해지는 데까지 뭇 민족 사이에 크게 떨쳐, 사람들은 내 이름을 부르며 향기롭게 제물을 살라 바치고 깨끗한 곡식 예물을 바치고 있다.”(말라 1,11) 하신 하느님의 말씀을 이행한다.22) 이렇게 교회는 동시에 기도하고 일하여, 온 세상이 모두 하느님의 백성, 주님의 몸, 성령의 궁전이 되어 만물의 머리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주의 창조주이신 성부께 온갖 영예와 영광을 드린다.
서론
18. 주님이신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의 백성을 사목하고 또 언제나 증가시키도록 당신 교회 안에 온몸의 선익을 도모하는 여러 가지 봉사 직무를 마련하셨다. 실제로, 거룩한 권력을 가진 봉사자들이 자기 형제들에게 봉사하여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그리스도인의 진정한 품위를 지닌 모든 사람이 자유로이 질서 정연하게 동일한 목적을 함께 추구하여 구원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이 거룩한 공의회는 제1차 바티칸 공의회의 발자취를 따라 그 공의회와 더불어, 영원한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거룩한 교회를 세우시고 당신 친히 성부에게서 파견되신 것처럼 사도들을 파견하셨으며(요한 20,21 참조), 그들의 후계자들 곧 주교들이 당신 교회 안에서 세상 끝날까지 목자가 되기를 바라셨다고 가르치며 선언한다. 참으로 주교직 자체가 하나로서 갈라지지 않도록, 그리스도께서는 복된 베드로를 다른 사도들 앞에 세우시고 베드로 안에 신앙의 일치와 친교의 영속적이고 가시적인 근원과 토대를 마련하셨다.1) 교황의 거룩한 수위권의 설정, 영속성, 권한과 성격 그리고 교황의 그르칠 수 없는 교도권에 관한 교리를 거룩한 공의회는 모든 신자가 굳게 믿어야 할 것으로 거듭 제시하고, 또 그렇게 해 나가면서, 그리스도의 대리자이며2) 온온 교회의 볼 수 있는 으뜸인 베드로의 후계자와 더불어 살아 계신 하느님의 집을 다스리는, 사도들의 후계자들인 주교들에 관한 교리를 모든 사람 앞에 천명하고 선언하기로 결정한다
열두 사도의 소명과 선정
19. 주 예수님께서는 성부께 기도하신 다음에 당신 마음에 두셨던 사람들을 부르시어 열두 사람을 당신과 함께 있게 하셨는데, 이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도록 그들을 파견하시려는 것이었다(마르 3,13-19; 마태 10,1-42 참조). 그 사도들을(루가 6,13 참조) 확고한 단체 또는 집단의 형태로 세우시고, 그들 가운데에서 선택하신 베드로를 으뜸으로 삼으셨다(요한 21,15-17 참조). 그들을 먼저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그리고 모든 민족들에게 보내시어(로마 1,16 참조), 그들이 당신 권력을 나누어 받아 모든 민족들을 당신 제자로 삼고 그들을 거룩하게 하고 다스리게 하셨으며(마태 28,16-20; 마르 16,15; 루가 24,45-48; 요한 20,21-23 참조), 또한 그렇게 하여 교회를 전파하고 주님의 인도를 받아 교회에 봉사하며 세상 끝까지 모든 날에 교회를 사목하게 하셨다(마태 28,20 참조). “성령이 너희에게 오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뿐만 아니라 땅 끝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나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 1,8) 하신 주님의 약속에 따라, 오순절에 그들은 그 사명을 수행할 힘을 받았다(사도 2,1-36 참조). 그러므로 사도들은 어디에서나 복음을 전파하고(마르 16,20 참조) 청중이 성령의 활동으로 그 복음을 받아들임으로써 보편 교회를 모아들인다. 주님께서는 보편 교회를 사도들 가운데에 세우시고 사도들의 으뜸인 복된 베드로 위에 지으셨으며, 예수 그리스도 친히 그 머릿돌이 되셨다(묵시 21,14; 마태 16,18; 에페 2,20 참조).3)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
20. 그리스도께서 사도들에게 맡기신 그 신적 사명은 세말까지 지속될 것이다(마태 28,20 참조). 사도들이 전하여야 할 복음은 교회를 위하여 모든 시대에 모든 삶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사도들은 위계적으로 조직된 이 단체 안에서 후계자들을 세우는 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실제로, 사도들은 봉사 직무에서 다양한 협조자들을 지니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4) 자기들에게 맡겨진 사명이 자기 사후에도 지속되도록, 자신의 직접 협력자들에게, 일종의 유언 형식으로, 자기들이 시작한 일을 완성하고 견고하게 할 임무를 맡겼으며,5) 성령께서 하느님의 교회를 사목하도록 그들을 세우신 바로 그 온 무리를 보살피라고 부탁하였다(사도 20,28 참조). 이렇게 사도들은 이러한 후계자들을 세웠으며, 또 나중에 그들이 죽으면 다른 훌륭한 사람들이 그 직무를 받아들이도록 법규를 마련하여 주었다.6) 교회 안에서 맨 처음부터 수행되어 온 저 여러 봉사 직무 가운데에서, 전통이 증언하는 대로, 처음부터 이어 내려오는 계승을 통하여 주교직에 세워져,7) 사도의 씨앗에서 나온 포도 가지를 간직하고 있는 이들의 임무가 으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8) 이렇게, 이레네오 성인의 증언대로, 사도들이 주교로 세운 이들과 우리에게까지 이르는 그 후계자들을 통하여 사도 전승이 온 세상에 천명되고9) 보존되는 것이다.10)
그러므로 주교들은 공동체의 봉사 직무를 협조자인 신부들과 부제들과 함께 받아들여,11) 하느님의 대리로서 양 떼를 다스리는12) 그 목자들이 되고, 교리의 스승, 거룩한 예배의 사제, 통치의 봉사자가 되는 것이다.13) 또한 주님께서 사도들의 으뜸인 베드로에게 특별히 맡기시어 그 후계자들에게 전수되는 임무가 영속하듯이, 사도들의 교회 사목 임무도 영속하며 주교들의 거룩한 품계에서 끊임없이 수행되어야 한다.14) 그러므로 거룩한 공의회는 주교들이 신적 제도에 따라 사도들의 자리를 계승하였다고 가르친다.15) 주교들은 교회의 목자들이므로, 주교의 말을 듣는 사람은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는 사람이고 주교를 배척하는 사람은 그리스도를 배척하고 그리스도를 보내신 분을 배척하는 사람이다(루가 10,16 참조).16)
주교직의 성사성
21. 그러므로 신부들의 협력을 받는 주교들을 통하여 대사제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신자들 가운데에 계신다.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의 오른편에 앉아 계시지만, 당신 주교들의 모임에도 계신다.17)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특히 주교들의 탁월한 봉사를 통하여 만민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시고, 신자들에게 신앙의 성사들을 계속 집전하시며, 주교들의 부성을 통하여(1고린 4,15 참조) 천상의 새로 남으로 새로운 지체들을 당신 몸에 합체시키시며, 마침내 주교들의 지혜와 슬기로 새로운 계약의 백성을 그 나그넷길에서 영원한 행복으로 이끄시며 다스리신다. 주님의 양 떼를 치도록 선택된 이 목자들은 그리스도의 일꾼이고 하느님 신비의 관리자들이다(1고린 4,1 참조). 이들에게는 하느님 은총의 복음을 전하는 증언(로마 15,16; 사도 20,24 참조) 그리고 성령과 의화의 영광스러운 봉사 직무가 맡겨졌다(2고린 3,8-9 참조).
이렇게 중대한 임무를 다하도록 사도들은 그리스도에게서 내려오시는 성령의 특별한 분출로 충만해졌다(사도 1,8; 2,4; 요한 20,22-23 참조). 사도들은 자기 협조자들에게도 안수를 통하여 영적 선물을 전해 주었으며(1디모 4,14; 2디모 1,6-7 참조), 그것은 우리에게까지 주교 축성 안에서 전해 내려온다.18) 거룩한 공의회는 주교 축성으로 충만한 성품성사가 수여된다고 가르친다. 이를 교회의 전례 관습과 교부들은 분명히 대사제직, 거룩한 봉사 직무의 정점이라고 하였다.19) 그리고 주교 축성은 거룩하게 하는 임무와 함께 가르치는 임무와 다스리는 임무도 부여한다. 그러나 이 임무는 그 본질상 오로지 주교단의 단장과 단원들과 이루는 교계적 친교 안에서만 행사될 수 있다. 특히 전례 예법과 동서방 교회의 관습으로 드러난 전통에서 분명한 것은, 안수와 축성의 말씀으로 성령의 은총이 부여되고,20) 거룩한 인호가 새겨져,21) 주교들은 탁월하고 가시적인 방법으로 바로 스승이시고 목자이시며 대사제이신 그리스도의 역할을 하고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행동한다는 것이다.22) 성품성사를 통하여 새로 뽑힌 이들을 주교단에 받아들이는 것은 주교들의 소임이다.
주교단과 그 단장
22. 주님께서 제정하신 대로, 거룩한 베드로와 다른 사도들이 하나의 사도단을 이루듯이, 비슷한 이치로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과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들도 서로 결합되어 있다. 전세계에 세워진 주교들이 일치와 사랑과 평화의 유대로 서로 교류하고 교황과 친교를 이루던 매우 오랜 옛 규율과23) 공의회 모임 자체가24) 주교단의 단체적 본질과 특성을 드러내 준다. 공의회를 통하여 더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이든 공동으로 결정하고25) 많은 이의 의견을 숙고하여 판단한다.26) 여러 세기의 흐름 속에서 개최된 세계 공의회들이 그 단체성을 명백히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새로 뽑힌 이를 대사제 직무로 올리는 데에 참여하도록 여러 주교들을 초대하는 오랜 권고와 관습 자체가 이미 그 단체성을 가리키고 있다. 주교는 누구나 성사적 축성의 힘으로 또 주교단의 단장과 그 단원들과 이루는 교계적 친교로 주교단의 구성원이 된다.
그러나 주교들의 단체인 주교단은 동시에 그 단장으로서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과 더불어 이해되지 않을 때에는 권위를 가지지 못한다. 목자들이든 신자들이든 모든 이에 대한 교황의 수위권은 온전히 유지된다. 교황은 자기 임무의 힘으로 곧 그리스도의 대리이며 온 교회의 목자로서 교회에 대하여 완전한 최고의 보편 권력을 가지며 이를 언제나 자유로이 행사할 수 있다. 주교단은 교도권과 사목 통치에서 사도단을 계승할 뿐 아니라 그 안에 사도단이 계속하여 존속하며, 그 단장인 교황과 더불어 보편 교회에 대한 완전한 최고 권력의 주체로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 단장 없이는 결코 그러하지 아니하며,27) 또한 그 권력은 오로지 교황의 동의가 있을 때에만 행사될 수 있다. 주님께서 한 사람 시몬을 교회의 반석으로 삼으시고 교회의 열쇠를 맡기셨으며(마태 16,18-19 참조), 그를 당신의 온 양 떼의 목자로 세우셨다(요한 21,15 이하 참조). 그러나 베드로에게 주어진 매고 푸는 저 임무는(마태 16,19 참조) 그 단장과 결합되어 있는 사도단에게도 부여되었음이 분명하다(마태 18,18; 28,16-20참조).28) 이 사도단은 여러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하느님 백성의 다양성과 보편성을 드러내며, 또한 한 단장 아래 모여 있으므로 그리스도 양 떼의 단일성을 드러낸다. 주교단 안에서 주교들은 그 단장의 수위권과 최고 권위를 충실히 존중하면서, 교회의 유기적 조직과 화합을 끊임없이 북돋아 주시는 성령에 따라, 자기 신자들은 물론 온 교회의 선익을 위하여 고유한 권력을 행사한다. 이 주교단이 지닌, 보편 교회에 대한 최고 권력은 세계 공의회에서 장엄한 양식으로 행사된다. 그러나 베드로의 후계자가 세계 공의회로 확인하거나 적어도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세계 공의회는 결코 인정되지 아니한다. 세계 공의회를 소집하고 주재하며 확인하는 것은 교황의 특권이다.29) 전세계에 살고 있는 주교들은 교황과 함께 그 동일한 합의체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으나, 그것이 진정한 합의체적 행동이 되려면, 주교단의 단장이 주교들에게 합의체적 행동을 요청하거나 적어도 흩어져 있는 주교들의 일치된 행동을 승인하거나 자유로이 수락하여야 한다.
주교단 안에 있는 주교들의 관계
23. 단체적 일치는 또한 주교들이 각기 개별 교회들과 보편 교회와 맺고 있는 상호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은 주교들의 일치는 물론 신자 대중이 이루는 일치의 영구적이고 가시적인 근원이며 토대이다.30) 리고 개별 주교들은 자기 개별 교회 안에서 일치의 가시적인 근원과 토대가 된다.31) 보편 교회의 모습대로 이루어진 개별 교회들 안에 또 거기에서부터 유일하고 단일한 가톨릭 교회가 존재한다.32) 그러한 까닭에 개별 주교들은 자기 교회를 대표하고 모든 주교는 교황과 더불어 평화와 사랑과 일치의 유대 안에서 온 교회를 대표한다.
개별 교회의 으뜸이 되는 주교들은 각기 하느님의 백성 가운데에서 자기에게 맡겨진 부분에 대하여 사목 통치를 하지만, 다른 교회들이나 보편 교회에 대하여는 그리하지 못한다. 그러나 주교단의 일원으로서 또 사도들의 정당한 후계자로서 개별 주교들은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명령에 따라 보편 교회를 위하여 관심을 기울인다.33) 그러한 관심은 재치권의 행사는 아니지만 보편 교회에 대단히 많은 이득을 가져다 준다. 실제로 모든 주교는 온 교회의 공통 규율과 신앙의 일치를 증진하고 수호하여야 하며,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신비체 전체를 사랑하도록, 특히 가난하고 고통당하며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를 받는 지체들을 사랑하도록 가르쳐야 한다(마태 5,10 참조). 그리고 교회 전체의 모든 공동 활동을 촉진시켜야 하며, 특별히 신앙을 증진하고 충만한 진리의 빛으로 모든 사람을 비추어 주어야 한다. 그 밖에도 주교들이 보편 교회의 한 부분인 자기 교회를 잘 다스림으로써 교회들의 몸인 신비체 전체의 선익에 효과적으로 기여한다는 것은 매우 분명하다.34)
세상 어디에서나 복음을 선포하도록 배려하는 것은 목자단이 할 일이다. 이는 그리스도께서 모든 목자에게 똑같이 명령하시어 공동 의무로 부여하신 것이며, 이미 첼레스티노 교황이 에페소 공의회의 교부들에게 당부한 것이다.35) 그러므로 개별 주교들은 자신의 고유한 임무 수행이 허용하는 대로 주교들끼리 서로 공동 활동을 하여야 하고, 또 그리스도의 이름을 전파하는 중대한 임무가 특별한 방법으로 맡겨진 베드로의 후계자와 협력하여야 한다.36) 따라서 주교들은 자기가 직접 하거나 신자들의 열렬한 협력을 불러일으켜, 선교 지역에 수확할 일꾼들과 영신적 물질적 원조를 넉넉히 보내 주도록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끝으로, 주교들은 옛날의 귀중한 모범을 따라, 사랑의 보편적 유대 안에서 다른 교회들, 특히 가깝고도 더 가난한 교회에 형제적 원조를 기꺼이 제공하여야 한다.
그리고 하느님의 섭리로, 사도들과 그 후계자들이 여러 곳에 세웠던 여러 교회들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유기적으로 결합된 여러 집단을 이루고, 하느님께서 세우신 보편 교회의 단일성과 신앙의 일치를 보존하면서도, 고유한 규율과 고유한 전례 관습과 신학적 영성적 세습 자산을 지니게 되었다. 그 가운데에서 어떤 교회들은, 특히 옛 총대주교좌 교회들은 신앙의 어머니로서 딸을 낳듯이 다른 교회들을 낳았고, 그 교회들과 성사 생활에서나 상호 권리와 의무의 존중에서 더욱 긴밀한 사랑의 유대로 결합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37) 하나로 살아가는 그러한 지역 교회들의 다양성은 갈릴 수 없는 교회의 보편성을 더욱 뚜렷이 보여 주고 있다. 비슷한 방법으로 오늘날 주교회의들은 합의체적 정신을 구체적으로 적용시키는 여러 가지 풍요로운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다.
주교의 봉사 직무
24.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들은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으신 주님에게서 만민을 가르치고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할 사명을 받는다. 이는 모든 사람이 믿고 세례를 받아 또 계명을 지켜 구원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마태 28,18-20; 마르 16,15-16; 사도 26,17-18 참조). 이 사명을 완수하도록 주님이신 그리스도께서는 사도들에게 성령을 약속하시고 오순절에 하늘에서 성령을 보내시어, 사도들이 성령의 힘으로 땅 끝에 이르기까지 민족들과 백성들과 제왕들 앞에서 당신의 증인이 되게 하셨다(사도 1,8; 2,1 이하; 9,15 참조). 그러나 주님께서 당신 백성의 목자들에게 맡기신 저 임무는 참 섬김이다. 성서에서는 이를 뜻 깊게도 “디아코니아”(diakonija) 곧 봉사라고 한다(사도 1,17.25; 21,19; 로마 11,13; 1디모 1,12 참조).
주교들의 교회법적 임명은 교회 최고의 보편 권력으로 폐지되지 않은 합법적인 관례를 통하여 또는 그 동일한 권위로 제정되거나 승인된 법률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고, 바로 베드로의 후계자가 직접 임명할 수 있다. 따라서 사도적 친교를 반대하거나 거절한다면, 주교는 직무를 맡을 수 없다.38)
가르치는 임무
25. 주교들의 주요 임무 가운데 첫째는 복음 선포 이다.39) 주교들은 새로운 제자들을 그리스도께 인도하는 신앙의 선포자이며 진정한 스승 곧 그리스도의 권위를 지닌 스승이기 때문이다. 주교들은 자기에게 맡겨진 백성에게 믿고 살아가야 할 신앙을 선포하고, 계시의 곳간에서 새 것과 옛 것을 꺼내어(마태 13,52 참조) 성령의 빛으로 밝혀 주며, 그 신앙이 열매를 맺게 하고, 자기 양 떼를 위협하는 오류를 경계하여 막는다(2디모 4,1-4 참조). 교황과 친교를 이루며 가르치는 주교들은 하느님의 보편 진리에 대한 증인으로서 모든 사람에게 존경받아야 한다. 신자들은 신앙과 도덕에 관하여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내린 자기 주교의 판단에 일치하여야 하고, 마음의 종교적 순종으로 그를 따라야 한다. 교황의 유권적 교도권에 대하여는, 비록 교좌에서 말하지 않을 때에도, 특별한 이유로 의지와 지성의 이 종교적 순종을 드러내어야 한다. 이렇게 하여 곧 교황의 최고 교도권을 공손하게 인정하여야 하고, 주로 문서의 성격이나 동일한 교리의 빈번한 제시나 표현 방법 등에서 드러나는 교황의 생각과 의향대로, 교황이 내린 판단을 성실히 따라야 한다.
각각의 주교들이 무류성의 특권을 누리는 것은 아니지만, 전세계에 흩어져 있으면서도 상호간에 또 베드로의 후계자와 친교의 유대를 보전하면서 신앙과 도덕의 사항들을 유권적으로 가르치는 주교들이 하나의 의견을 확정적으로 고수하여야 할 것으로 합의하는 때에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오류 없이 선포하는 것이다.40) 그것은 이제 주교들이 세계 공의회에 모여서 보편 교회를 위하여 신앙과 도덕의 스승들이 되고 재판관들이 될 때에는 더욱 명백해지므로, 그들의 결정에 신앙의 순종으로 따라야 한다.41)
그리고 하느님이신 구세주께서 당신 교회가 신앙과 도덕에 관한 교리의 결정에서 오류가 없기를 바라셨던 이 무류성은 교회가 거룩하게 보전하고 충실히 설명하여야 할 하느님 계시의 위탁이 펼쳐지는 그만큼 펼쳐진다. 주교단의 단장인 교황은 참으로 신앙 안에서 자기 형제들의 힘을 북돋워 주는 사람이므로(루가 22,32 참조), 모든 그리스도인의 최고 목자이며 스승으로서 신앙과 도덕에 관한 교리를 확정적 행위로 선언하는 때에, 교황은 자기 임무에 따라 그 무류성을 지닌다.42) 그러므로 교황의 결정은 교회의 동의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마땅히 바뀔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것은 복된 베드로 안에서 교황에게 약속된 성령의 도움을 받아 선포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결정은 결코 다른 누구의 승인도 필요하지 않고 다른 판단을 요구하는 어떠한 상소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할 때에 교황은 한 개인으로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바로 교회 자체의 무류성의 은사를 특별히 지니고 있는 보편 교회의 최고 스승으로서 가톨릭 신앙의 교리를 설명하고 옹호하는 것이다.43) 교회에 약속된 무류성은 주교단이 베드로의 후계자와 더불어 최고 교도권을 행사할 때에 주교단 안에도 내재한다. 이러한 결정에 대하여 교회의 동의가 결코 없을 수 없다. 똑같은 성령의 활동으로 그리스도의 모든 양 떼가 신앙의 일치 안에서 보전되고 진보하기 때문이다.44)
교황이 또는 교황과 더불어 주교단이 판단을 확정할 때에는 모든 사람이 견지하고 순응하여야만 할 계시 자체에 따라 이를 공표하는 것이다. 계시는 기록으로나 전승으로 주교들의 정당한 계승을 통하여 특히 교황의 배려로 온전하게 전달되며, 진리의 성령에게서 빛을 받아 교회 안에 거룩히 보존되고 충실히 해석되고 있다.45) 교황과 주교들은 자기 직무와 사안의 중대성 때문에 계시를 올바로 탐구하고 알맞게 표현하고자 적절한 방법으로 힘껏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46) 그러나 새로운 공적 계시를 신앙의 신적 위탁에 속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아니 한다.47)
거룩하게 하는 임무
26. 충만한 성품성사를 받은 주교는 특히 성찬례 안에서 “최고 사제직의 은총의 관리자 ”가48) 된다. 주교가 스스로 봉헌하거나 봉헌되도록 돌보는 그 성찬례 로49) 교회는 끊임없이 생명을 얻고 자라난다. 그리스도의 이 교회는 신자들의 모든 합법적 지역 집회에 존재하며, 자기 목자들과 결합되어 있는 이 회중을 신약성서에서 교회라고 부른다.50) 이 회중은 성령 안에서 굳은 확신으로(1데살 1,5 참조) 하느님께 부르심을 받아 자기 지역에서 새로운 백성이 되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그리스도의 복음 선포로 신자들이 모이고, “주님 몸의 살과 피를 통하여 모든 형제애가 두터워지도록”51) 주님 만찬의 신비가 거행된다. 주교의 거룩한 직무 아래에 있는 어떠한 제단의 공동체에서든52) 신비체의 저 사랑과 일치의 상징이 드러난다. “신비체의 일치가 없으면 구원도 있을 수 없다. ”53) 이 공동체들이 가끔 작고 가난하거나 흩어져 살더라도 그 안에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시며, 그분의 힘으로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며 사도로부터 이어 오는 교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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