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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부활제2주일(100411)

김대철대철베드로 2010. 4. 10. 18:26

<부활 제2주일>(2010. 4. 11.)

 

<왜 나만 갖고 그래?>

 

해마다 부활 제2주일 복음 말씀은 같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직접 보고,

그 못 자국에 내 손가락을 넣어 보고,

또 그분 옆구리에 내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

라는 토마스 사도의 말과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라는 예수님 말씀 때문에

흔히 사람들은 토마스 사도를 의심 많은 사람으로 낙인찍고 있습니다.

 

그러나 복음 말씀에는 그보다 더 중요한 내용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성령을 주시는 말씀,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주시는 말씀,

제자들을 새롭게 파견하시는 말씀,

그리고 토마스 사도의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이라는 고백입니다.

이 말씀들은 각각 길게 강론이나 강의를 할 수 있는 중요한 주제들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토마스 사도의 의심에 대해서만 주목하고

그것에 대해서만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그렇게 토마스 사도가 다른 사도들보다 더 의심이 많았나?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4월 10일의 복음 말씀을 보면 열한 사도가 모두 예수님께 혼나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는 이유로......

네 복음서를 모두 읽어보면

다른 열 명의 사도가 토마스 사도보다 나은 점이 없습니다.

토마스 사도만 특별히 더 의심이 많았다고 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아마도 지금 하늘나라에서 토마스 사도는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왜 나만 갖고 그래?”

 

토마스가 예수님의 못 자국을 직접 확인해봐야 믿겠다고 한 말도

다른 사도들이 할 말을 대신한 것뿐입니다.

다른 사도들이 그 말을 안 한 것은 그 말을 할 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왜냐면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자마자

그들에게 바로 두 손과 옆구리를 보여주셨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도들은 이미 예수님의 상처 자국을 보았고,

토마스는 못 보았으니 보고 싶다고 말했을 것입니다.

 

다른 사도들이 토마스보다 먼저 예수님의 부활을 믿은 것은

토마스보다 먼저 예수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그것뿐입니다.

다른 사도들도 예수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부활을 믿지 못했습니다.

토마스가 믿지 못한 것도 예수님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도들은 예수님을 만났을 때에 처음에는 알아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토마스는 예수님을 보자마자 바로 신앙고백을 했습니다.

 

예수님을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이라고 부른 것은 토마스가 처음입니다.

그 전에 베드로가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시고 그리스도라고 고백을 했었고,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은 하느님의 어린양이라고 하기도 했었지만

예수님께 직접 하느님이라고 부른 것은 토마스가 처음입니다.

그렇다면 토마스는 의심 많은 사도가 아니라

“예수님은 하느님”이라는 신앙 고백을 최초로 한 중요한 사도로 평가되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모습은

토마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도들에게 해당되는 일이고

우리 모두에게도 해당되는 일입니다.

나는 믿었는데 토마스는 의심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도들 중에도 없고, 오늘날의 우리들 중에도 없습니다.

사실 모든 사람에게 다 그런 모습이 있다고 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유명한 성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들 의심의 단계를 거칩니다.

태어나자마자 성인 성녀가 된 분이 없는 것처럼

태어나면서부터 확고한 믿음을 가진 사람도 없습니다.

수많은 시련과 고난과 의심과 불신의 과정을 거치면서

깊고 굳은 믿음의 단계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토마스 사도처럼 의심하지 말자.” 라고 한다든지,

“토마스처럼 의심 많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자.” 라는 식의 강론은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토마스처럼” 이 아니라 “나약한 우리 모두는” 입니다.

 

그래서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라는 말씀은

토마스에게만 하신 말씀이 아니라 모든 사도에게,

또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하시는 말씀입니다.

“보지 않고도 믿는다는 것.” 그것은 증언만 듣고 믿는 것입니다.

그건 특히 의심 많은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일입니다.

우리는 성경 말씀을 듣는 것만으로도, 강론 말씀을 듣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의 간증을 듣는 것만으로도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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