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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다해] 사순 제5주간 월요일

김대철대철베드로 2010. 3. 22. 18:30

 

 

 

다니 13,1-9.15-17.19-30.33-62   요한 8,12-20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을 돌려보내신 후,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들에게 계속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께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의 아버지가 어디 있소?

(요한 8,19)

 

오늘 이 말씀이 저에게 다가옵니다. 오늘은 정부의 4대강사업 전면 중단을 위한 생명평화미사가 영산강에서 있는 날입니다.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질문했던 이 말씀-"당신의 아버지가 어디 있소?"-이 예수님을 주님으로 모시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차이를 드러내는가 봅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우리를 둘러싼 모든 만물들을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셨음을 압니다. 그 모든 것들을 우리 마음대로 처분하고 소비하고 없애버리라고 주신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고 다시 후손들에게 잘 보존하여 물려주라는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아버지가 어디 있소?"라고 묻는 바리사이들은 자신들 안에 이러한 생각과 사랑이 없습니다. 그들은 마치 오늘 제1독서에 등장하는 두 원로와 비슷합니다. 이 두 원로들은, 매우 아름답고 주님을 경외하는 수산나에게 음욕을 품고 그녀를 강제로 겁탈하려고 모의합니다.

 

수산나를 매일 눈여겨본 그 두 원로는 수산나에게 음욕을 품게 되었다.

그들은 양심을 억누르고 하늘을 보지 않으려고 눈을 돌린 채,

의로운 판결조차 생각하지 않았다.

(다니 13,8-9)

 

백성의 송사를 재판하는 지도자로 임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원로는 양심을 저버리고 하늘을 보지 않습니다.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은 의지적으로 하느님을 거부합니다.

 

바로 그들을 두고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바빌론에서, 백성의 지도자로 여겨지는 재판관인 원로들에게서 죄악이 나왔다."

(다니 13,5)

 

마침내 수산나는 두 원로의 계획대로 겁탈을 당할 위기에 몰리자, 하느님께 의탁하며 소리를 질러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합니다. 하지만 소리를 지르기 전, 그녀의 마음을 보여주는 이 말씀이 그녀의 신앙을 가늠하게 합니다.

 

주님 앞에 죄를 짓느니, 차라리 그렇게 하지 않고 당신들의 손아귀에 걸려드는 편이 더 낫소.

(다니 13,23)

 

수산나를 겁탈하려 했지만 수포로 돌아가자, 두 원로들은 거짓 고발을 하여 수산나를 죽이고자 합니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지 못한 그들은 이제 사람을 죽이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것입니다. 죄가 확대됨을 보여줍니다.

 

그 두 원로는 수산나를 죽이겠다는 악한 생각을 품고서 그리로 갔다.

(다니 13,28)

 

두 원로의 말만을 들은 군중들이 수산나에게 사형을 선고하라고 말했을 때, 주님께서는 당신의 일꾼 다니엘을 부르십니다.

 

사람들이 수산나를 처형하려고 끌고 갈 때,

하느님께서는 다니엘이라고 하는 아주 젊은 사람 안에 있는 거룩한 영을 깨우셨다.

(다니 13,45)

 

주님께서 주신 지혜로 다니엘은 이 위기상황을 잘 해결하고, 수산나 대신 두 원로들을 사형에 처합니다. 

 

수산나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를 묵상하며, '지도자가 무릇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성 가운데에서 지도자로 뽑힌 두 원로는 재판할 생각은 하지 않고, 신앙심 깊은 수산나를 보며, 오히려 음욕을 품었습니다.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그들은 사형이라는 파국을 맞게 된 것이지요.

 

신앙심 깊은 여인을 보며 하느님과 신앙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자신의 감각적이고 일시적인 쾌락을 위해 서로 공모하여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고 하는 두 원로의 모습이 이 나라의 지도자들과 너무도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름다운 강을 바라보면서, 이것은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유산이며 하느님께서 주신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하기 보다, 돈과 기득권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하나의 소모품쯤으로 삼천리 금수강산을 생각하는 이 나라의 지도자들... 그들이 품은 생각이 바로 자연에 대한 음욕(淫慾)이며 살기(殺氣)일 것입니다. 자신들이 하느님을 믿노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지만, 그들이 믿는 하느님은 창조주이신 하느님이 아니라, 돈과 권력이라는 우상이므로 그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질문합니다.

 

당신의 아버지가 어디 있소?

(요한 8,19)

 

그들의 아버지와 우리의 아버지는 서로 다릅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에 음욕을 품는 자들은 하느님을 아버지로 섬기는 자들이 아닙니다. 재판관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두 원로에게 하느님께서 다니엘을 부르시어 공정한 재판을 해주셨듯이, 오늘 주님께서는 우리 안에 있는 거룩한 영을 깨우실 것입니다(다니 13,45). 그리하여 다니엘이 두 원로에게 말한 것처럼, 욕심에 눈이 어두운 지도자들에게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악한 세월 속에 나이만 먹은 당신,

이제 지난날에 저지른 당신의 죄들이 드러났소.

주님께서 '죄 없는 이와 의로운 이를 죽여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는데도,

당신은 죄 없는 이들에게 유죄판결을 내리고

죄 있는 자들을 놓아 주어 불의한 재판을 하였소.

(다니 13,53)

 

돈에 잔뜩 눈이 멀어 자연을 마음대로 파괴하는 이들의 운명을 오늘 다니엘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들이 이웃을 해치려고 악의로 꾸며 낸 그 방식대로 그들을 처리하였다.

(다니 13,61)

 

하느님을 하느님으로 모시는 우리는 빛의 자녀들입니다. 4대강을 하느님의 선물로 받아들이는 우리는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

(요한 8,12)

 

사탄의 간교함이 제 아무리 크고 포악하다 해도,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오늘 우리가 영산강변에서 드리는 간절한 기도는 우리 안에 있는 거룩한 영을 깨워, 무엇이 올바른 것이며, 어디가 생명으로 향하는 길인지를 알게 해줄 것입니다. 더불어 우상숭배에 빠진 이 나라의 지도자들이 진정으로 하느님을 아버지로 알고 모실 수 있도록 그들의 참된 회개를 위해 두 손 모아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너희가 나를 알았더라면 나의 아버지도 알았을 것이다.

(요한 8,20) 

출처 : 천주교 사제의 사는 얘기
글쓴이 : 이준 D.Andreas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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