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A형, 엄마는 O형인데 저는 혈액형이 AB형으로 나왔어요. 가능한가요." 가능하다. 실제 아이와 부모 혈액형이 이렇게 나와 오해가 생기자 정밀검사에 유전자 검사까지 받은 사례도 있다. 그 결과 아빠 혈액형이 정밀검사에서도 발견되지 않는 아주 특이한 cis-AB형(유전방식이 특이한 AB형 일종)으로 밝혀져 아이가 친자임이 확인됐다.
일반적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이런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곤 보통 유전법칙에 따른다. A 또는 B형 부모에게는 AB형, A형, B형, O형 자녀가 나올 수 있지만 AB형 부모에겐 O형 자녀가 나오지 못하고, O형 부모에겐 A형 또는 B형 자녀가 나오지 못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혈액형은 A, B, O, AB 4가지형으로 나누는 ABO형이다. 이 혈액형은 어떻게 구분할까. A형 혈액은 적혈구 표면에 A항원이라는 막이 있고, 혈청에는 B형 혈액을 응집시키는 항(anti) B응집소라고하는 항체가 있다. B형 혈액은 그 반대로 B항원과 항A응집소를 갖고 있다.
따라서 A형과 B형 혈액을 섞으면 항원 항체 반응으로 혈액이 응집을 일으키고 용혈로 인해 적혈구가 파괴된다. O형 혈액에는 항원은 거의 없으나 항A. 항B응집소가 모두 있고, 반대로 AB형 혈액에는 A항원 B항원은 모두 있으나 항A, 항B응집소가 없다. 이런 반응을 이용해 적혈구 항원과 혈청 중 응집소를 섞어 응집이 일어나는 것을 토대로 혈액형을 구분한다.
교통사고나 대수술 등 대량 출혈이나 혈액질환을 치료할 때 수혈자 혈액에 적합하지 않는 경우 부작용이 생기기에 혈액형 검사는 정확히 해야 한다. O형은 다른 혈액형에게 줄 수 있고, AB형은 다른 혈액형에게서 받을 수 있지만 혈액형이 같은 혈액을 수혈하는 것이 원칙이다.
ABO혈액형 발견은 20세기 들어와 가능했다. 1900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 란트슈타이너 박사가 서로 다른 혈액이 섞이면 응고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이를 연구해 이듬해 ABO혈액형이라는 체계를 발표, 수혈의학의 결정적 전기를 이루었다.
이 혈액형 중 우리나라 사람에게 가장 많은 혈액형은 A형. 전체 인구의 34%를 차지, 3명 중 한명꼴이다. 그 다음이 O형과 B형으로 전체 인구의 28%와 27%를 차지하며, AB형은 11%로 가장 적다. 일본도 우리와 비슷하나 중국은 O형이 가장 많다.
ABO형과는 전혀 다른 Rh혈액형도 있다. 이 혈액형은 1940년 란트슈타이너 제자인 위너가 사람 적혈구에 붉은털을 가진 북부 인도산 벵골원숭이(Rhesus)와 같은 혈액인자가 있는 것을 발견, 이 벵골원숭이 첫 두글자를 따서 Rh 혈액형이라 붙였다.
Rh혈액형도 항원이 C,D,E,c,e 등 수십 종류가 있으나 그 중 면역반응이 가장 큰 D항원 유무에 따라 Rh(D)양성(+)과 음성(-)으로 구분한다. Rh양성은 D항원을 갖고 있고, 음성은 없다.
Rh혈액형도 ABO혈액형처럼 수혈할 때 반드시 맞아야 한다. Rh양성 환자엔게 Rh양성을, 음성 환자에겐 음성 혈액을 수혈해야 한다. 동양인의 경우 Rh음성은 1% 미만, 백인은 15% 정도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Rh 음성 혈액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적십자혈액원에서는 음성 혈액이 필요할 때 주고받을 수 있도록 Rh 음성자들의 현혈봉사회를 운영하고 있다.
혈액형은 ABO, Rh형 외에도 MNSs, P, Kell, Lewis, Duffy 등 많다. 이 중에서 ABO나 Rh혈액형은 특히 수혈시 문제를 일으키기에 중요한 것이다. 지금까지 250개 이상 혈액형 항원이 발견되었으며, 1993년 국제수혈학회는 혈액형 항원들을 23개 혈액형군으로 분류했다.
혈액형은 골수이식을 받는 경우가 아니면 바뀌지 않는다. 혈액형은 적혈구에 있는 항원 종류에 따라 결정되는데, 골수에서 만들어지는 적혈구는 장기이식시 중요한 면역 장벽으로 작용하는 주조직적합성항원(HLA)을 갖고 있지 않아 혈액형이 달라도 HLA이 맞으면 골수이식이 가능하다. 그러면 공여자의 혈액형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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