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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멋진 사람 - 1. 김재복 수사

김대철대철베드로 2004. 9. 2. 11:14


9월부터 지방으로 단식·평화순례 떠날것"
파병반대 단식 36일째 김재복 수사 (촬영/ 편집 김태환 PD)


△김 수사가 그린 도롱뇽 ⓒ민중의소리 한승호
정좌한 모습으로 차분하고 신성한 표정을 지은 수사님을 기대했는데 웬걸 한 달이 넘도록 단식한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싱글벙글 하는 얼굴에 장난기마저 넘친다. 기자 일행이 도착했을 때 김재복 수사는 얇게 썬 나무판에 싸인펜으로 무엇인가를 그리고 있었다. 도롱뇽이었다.

얼마 전까지 옆에서 함께 단식하던 지율 스님하고 같이 하던 것이다. 생명과 평화는 하나라는 생각에서 나무판 앞면에는 도롱뇽을 그리고, 뒷면에는 평화에 관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나무판은 청와대가 근처 나무들을 손질하면서 생긴 잔가지와 나무 도막들을 얻어서 쓴다.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공부방 아이들이 찾아와요. 그 아이들 주려고 만드는 거예요. 어때, 좀 도롱뇽 같아요?”

‘영락없는 도롱뇽이다, 아주 잘 그리신다’고 했더니 김 수사는 “사람들이 핀잔 많이 준다. 바닥에 딱 붙어 바퀴에 한번 눌린 놈 같다, 눈은 또 왜 그 모양이냐고들 그런다”며 멋쩍게 웃고는 선뜻 한 마리(?)를 선물한다.

30일로 파병참회 단식 36일째를 맞는 김 수사의 하루 양식은 물과 소금, 감잎차가 전부다. 가끔은 소금 대신 간장을 먹기도 한다. 어째 그리 힘든 기색이 없으시냐고 했더니 “심각하면 재미없지 않느냐”는 가벼운 대답으로 지켜보는 이들의 걱정을 도리어 무색케 한다.

김 수사는 지난 달 말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파병반대국민행동이 단식농성에 들어갈 때 함께 단식을 시작했고, 그때 시작한 단식을 아직까지 이어오고 있는 중이다. 국민행동 지도부는 파병과 함께 단식을 철회했지만, 김 수사는 파병으로 전범국이 된 것을 참회하는 단식을 계속하고 있다.

김 수사가 단식 기도중인 곳은 청와대 분수대 앞 쉼터. 조그마한 지붕으로 가려진 벤치와 같은 곳에 자리를 깔고 지낸다. 밤에는 침낭을 덮고 자는데, 태풍 메기가 한반도를 휩쓸고 간 며칠 동안은 잠을 자는 것도 수월치가 않았다.

“저기” 김 수사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지붕 밑 처마(?)에 비닐이 둘둘 말려있다. “저걸 텐트처럼 이 주변에다 두르고서야 그 속에서 잠을 잤죠.”


△ ⓒ민중의소리 한승호
아침에는 5시경에 일어나서 세면을 하고 명상과 기도로 오전을 보낸다. 점심으로 물과 소금을 먹고 나면 20분 정도 누워 호흡을 고르면서 몸의 상태를 체크해본다.

그러고 나면 오후부터는 손님들이 온다. 시민 사회단체 관계자들, 학생들, 시민들. 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와 의원들은 세상이 김 수사를 주목하기 훨씬 전에 벌써 다녀갔다.

아는 사람들도 찾아오지만, 모르는 사람들도 많이 찾아온다. 모르는 사람들이 찾아오면 더 반갑다고 김 수사는 말했다. 직장을 퇴근하고 찾아오는 손님들까지 맞아 환담하고 보내고 나면 어떤 날은 밤 12시가 되기도 하고 새벽 1시가 되기도 한다.

“그래도 저 보겠다고 오는 손님들인데 내 몸 피곤하다고 돌려보낼 수는 없잖아요. 저 때문에 일부러 시간 내서 온 분들이에요.”

이런 김 수사도 18일째하고 19일째는 정말 힘이 들었다. 또 기자가 방문하기 하루 전인 29일부터도 이틀째 기운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지던 참이었다.

“옆에서 그만두라고들 많이 얘기해요. 하지만 계속 갈거예요. 하다가 힘들면 쓰러지겠죠. 그럼 그때 (단식이) 끝나는 거죠.”

찾아오는 사람들 다양... 어린이에서 경찰까지

아이들이 가져다 준 고사리손으로 그린 그림들은 김 수사의 마음에 가장 위안이 되는 값진 선물이다. 그는 그림들을 주변 여기저기에다 걸어놓았다.

울진에서는 동화작가 박기범 씨도 21일째 파병반대 단식을 하고 있는데 며칠 전에는 박 씨가 한 떼의 어린이들을 몰고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3,4일 전부터는 종로서에서도 자주 발걸음을 한다. 처음에는 서장이 몸소 찾아와서 좀 놀랐는데, 서장의 말인즉 "이제 그만 하시라"는 것이다. 서장이 왔다가면 그 뒤로 보안과, 정보과 등에서 과장, 계장 등이 차례로 와서 철수를 종용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온다.

전날에는 너무 화가 나서 경찰들에게 "이 자리에서 굶어 죽으나 내가 스스로 숨을 끊으나 매 한가지다. 내 몸에 손대면 죽어버리겠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김 수사가 어려움 속에서도 청와대 앞을 지키며 이라크 파병을 참회하고 안타까워 하는 이유가 있다. 작년에 이라크를 방문해 직접 만났던 사람들의 착한 마음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텔레비전에서 이라크 모습이 나오면, 그 때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보는 것 같은 기분에 젖곤 해요. 작년만 해도 이라크 사람들은 한국을 되게 좋아했어요. 예전에 북한하고 수교한 적도 있었고. 이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별로 없겠죠. 너무 안타까워요….

바그다드하고 바스라, 모술에 가봤어요. 키르쿠크에도 들어가려고 있는데 못들어가고 말았어요. CIA로 보이는 사람들이 쫒아내더군요."

키르쿠크는 이라크내에서 유일하게 친미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사실상 미국측의 지배를 받다시피 하는 지역이다.

김 수사 일행이 이라크에서 나오던 날 오무전기 피격 사건이 일어났다. 그해 12월 한국에 들어오면서부터 평화유랑단에 합류해 올해 5월 말까지 이라크 파병의 부당함을 알리며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러고 나서 7월의 뜨거운 파병 싸움. 다들 열심히 했다는 것 잘 알지만, 김 수사는 싸움을 이끈 파병반대 국민행동에 서운한 마음이 있다. 특히 파병 선발대가 떠나자 파병반대 운동을 곧바로 접은 것은 책임감이 부족한 행동으로 느껴졌다.

국민행동 비판했다는 언론기사 지나쳐... 갈등만드는 것은 옳지않아

하지만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국민행동을 심하게 공격하는 것처럼 나간 것도 기사에서 지나친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김 수사는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다 말하는 것이 내 성격'인데 말을 좀 했다고 그 부분만을 확대해 심한 비판인 것처럼 쓴 기사는 좀 너무한 것 같다며, "운동판에 가면 다 아는 얼굴이고 선배고 후밴데 내가 어떻게 그렇게까지 심한 비판을 했겠느냐"고 해명했다.

그는 국민행동 내에서 의견 차이로 갈등을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며, 다만 앞으로 국민행동 지도부에서 파병 싸움에 끝까지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부방 어린이들이 그려온 그림 옆에 앉은 김 수사. ⓒ민중의소리 한승호
"파병연장 동의안 문제가 불거질 12월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그안에 시민단체에서 팀을 꾸려 이라크에 가서, 그곳 현실을 직접 보고 상황을 판단해서 12월 싸움에 대비했으면 좋겠어요. 그곳 상황을 잘 모르면서 무조건 총력투쟁하겠다고 하면 좀 그렇죠. 이게 국민행동에 전하고 싶은 제 의견이에요."

그는 곧 청와대 앞을 떠날 예정이다. 9월 3일 오전 11시에 기자회견을 열고 '단식·평화 순례'라는 이름으로 지방 투어를 할 계획이란다.

"점점 힘들어질 때 떠나는 거죠.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을 해달라고 했다.

"우리가 함께 산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평화도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눈에 보이는 것 같아요. 생명과 평화의 길에 모두를 초대하고 싶어요."

말씀은 좋았는데, 그만 고개를 다리 사이에 푹 파묻더니, "어떡해~. 난 너무 말을 못해서"하는 말로 기자를 다시한번 뒤로 넘어가게 했다.

수사님 앞에서 '한 사람을 위한 공연' 벌인 극단 '예기'



△가수 별음자리표 씨 ⓒ민중의소리 한승호
기자들이 방문한 30일 오후에는 마침 대학로 극단 '예기(Yegie)'에서 김 수사에게 위문공연을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기타를 치며 노래부르는 가수 '별음자리표' 씨와 또 다른 연극배우 한 분.

지난 달 중순부터 2주간 전국 도보순례를 벌인 '전쟁피해자 이라크파병반대 도보순례'도 함께 다녀온 별음자리표 씨의 노래와 연극이 펼쳐졌다. 김 수사 한 사람만을 위한 공연이었다.

"저녁때 대학로에서 공연 끝나고 집에 가다가 수사님 혼자 단식하시는데 같이 보고가자고 했죠."

별음자리표 씨는 "오늘날 생명의 친구, 평화의 친구가 과연 누구인가 하는 것을 생각하는 마음에서"라며 김민기 씨의 '친구'를 첫 노래로 '이매진', '나킹 온 헤븐스 도어' 등을 김 수사에게 선사했다.

출처 ; 민중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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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편으로 김재복 수사님을 택했습니다.   구도의 길을 걷는 수도자이기전에 한사람의 멋진 사람...멋진 인생을 사는 분인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