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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좁은 문, 생명의 문 구원의 문
김대철대철베드로
2004. 8. 20. 01:17
생활 속의 복음]좁은 문, 생명의 문 구원의 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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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대안교육에 대해 연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여러 대안학교를 비교 연구하던 중 특별한 한 학교를 발견하였습니다. 이 학교는 무엇보다도 그리스도교 교육이념에 충실한 학교였습니다. 그리고 학생 개개인이 처한 상황과 적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학교였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높은 대학합격률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특별한 학교였습니다. 이런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선생님들의 강한 소명의식과 끊임없는 헌신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학교를 소개하는 소책자를 읽다가 '직업선택의 십계'란 항목이 유난히 제 눈길을 끌었습니다.
①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②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③승진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④모든 것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⑤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⑥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⑦사회적 존경 같은 건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⑧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⑨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⑩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한마디로 요약해서 '좁은 문'을 선택하라는 말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쓰라고 권고하십니다. '왜 하필 좁은 문입니까? 예수님은 왜 우리를 좀 편하게 두지 않으십니까?'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가 좁은 문을 선택해야 하는 까닭은 그 문이 생명의 문이기 때문입니다. 넓은 문을 포기해야 하는 까닭은 그 문이 멸망의 문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 시대에도 넓은 문은 누구나 꿈꾸던 길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께서 추종자들의 호위를 받으며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넓은 길을 선택함과 동시에 넓은 예루살렘 성문을 당당하게 통과하길 원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한평생 넓은 문이 아니라 좁은 문을 선택하셨습니다. 영예스런 문이 아니라 고통스런 문을 선택하셨습니다. 가파르고 좁고 험한 길인 십자가 길, 치욕과 죽음의 길인 십자가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평생 예수님 길은 좁은 문의 연속이었습니다. 좁은 문만이 아버지께로 나아가는 문, 생명에 이르는 문, 생명을 구하는 문이었기 때문입니다.
인생여정의 각 단계 앞에 놓인 많은 문을 통과할 때마다 우리는 문 크기에 절대 연연해서는 안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그 문이 우리를 어떤 곳으로 이끄는가에 관심을 집중시켜야 하겠습니다.
문 크기나 외적 화려함에 절대로 현혹되지 마십시오. 문이 얼마나 비싼 문인지에 마음이 끌리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그보다는 문의 종착점을 보십시오. 거기에 우리 삶의 최종목표이신 주님께서 계시는지를 보십시오.
우리가 끊임없이 넓은 문을 포기하고 좁은 문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좁은 문은 주님께서 통과하신 문이며, 좁은 문 그 너머에 주님께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좁은 문은 비록 고달프고 자주 포기하고픈 문이지만 결국 그 문만이 영생의 문이며, 구원의 문이며, 부활의 문이며, 천국의 문입니다.
사실 너무도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이시기에 우리 앞에 펼쳐질 구원의 문은 넓기만 합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넓은 것은 아닙니다. 너무도 완고하고 자기 주장이 강해서 예수님을 받아들일 여유가 조금도 없는 사람들, 과도한 욕심과 지나친 이기심으로 가득차 터질 듯한 영혼의 소유자들에게 구원의 문은 좁기만 합니다.
내 방식만이 최고라는 사람들, 자기 주장을 양보하지 않고 끝까지 관철시키려는 사람들, 언제나 사사건건 따지고 죽었다 깨어나도 용서하지 않는 사람들, 돈과 권력이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 영혼은 너무도 비대해진 나머지 구원의 문으로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것입니다.
반대로 매일 철저한 자기 반성을 통해 매순간 기꺼이 자신을 비워내는 사람들, 갖은 고통과 번민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과중한 십자가를 지고 살아가지만 매일 떨치고 기쁘게 일어서는 사람들에게 구원의 문은 한없이 넓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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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 : 평화신문 (http://www.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