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Catholic/한국(인)순교자 이야기(동영상포함)

조선인 신자들이 지은 일본 나가사키 성 라우렌시오성당 설립 400주년

김대철대철베드로 2010. 7. 15. 23:49

조선인 신자들이 지은 일본 나가사키 성 라우렌시오성당 설립 400주년

성당은 파괴됐어도 신앙은 면면히 이어져
다음달 10일 라우렌시오 축일
설립 400주년 기념미사 봉헌
역경에도 지켜온 신앙 기릴 것

가난속에도 성금 모을 만큼
열심한 신자였던 조선인들
선교사·일본인들에 큰 귀감
발행일 : 2010-07-18 [제2706호, 24면]

임진왜란 당시 끌려온 많은 조선인 포로들은 규슈의 나가사키, 아리마, 시마바라 등에서 살며 선교사들에 의해 신앙을 접하게 됐고, 이들 역시 박해를 받았다. 현재 일본인 복자 205위 가운데에는 다케야 쇼자부로 코스메 가족을 포함해 15위가 조선인이다. 사진은 나가사키 니시자카 순교지에 있는 26위 순교성인 기념비.
일본 나가사키시 고라이마치 성 라우렌시오 성당이 설립 400주년을 맞았다.

1610년 세르게이라 주교의 주례로 새 성당 봉헌식을 했던 이 성당은 400여년 전 조선인 신자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지은 것으로 더욱 의미를 더하고 있다.

당시 예수회 선교사는 연례보고서에 성 라우렌시오 성당 봉헌식에 대해 “이 도시에는 조선인 기리시탄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그들은 더없이 열심한 신자들로 자신들만의 특별한 성당을 지어 신앙공동체를 만들기로 했다”고 적었다.

또 “가난하지만 서로 돈을 모아 좋은 땅을 샀으나 그 이상의 능력이 없었으므로 작은 성당을 지어 성 라우렌시오에게 바쳤다”며 “성당을 방문한 일본인들은 조선인 기리시탄의 신심과 영혼의 구원에 대해 일치단결한 마음에 크게 교화됐다”고 전했다.

1612년 당시 나가사키 지역에는 가톨릭에 대한 탄압이 시작돼 아리마, 오무라, 나가사키 등 여러 지역에서 많은 신자들이 순교한 바 있다. 특히 이 성 라우렌시오 성당도 박해를 피할 수 없어 많은 피해를 입게 됐다.

1620년 2월 12일, 나가사키 봉행소의 곤로쿠는 ‘기리시탄의 건물을 남겨놓지 않는다’라는 명령 아래 마을 가운데 세워진 교회를 폐쇄하고 건물의 해체를 명했다. 따라서 나가사키의 성 미카엘 성당, 모든 성인 성당, 우라카미의 성녀 글라라 성당, 만의 대안에 있는 성당 등이 파괴됐다.

‘조선인은 가난에도 굽히지 않고 오직 하느님을 위해 능력 이상으로 거룩한 일을 해냈다’고 예수회 선교사가 말할 만큼 큰 의미가 깃든 성 라우렌시오 성당은 이제 설립 400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한다. 1610년 당시 많은 조선인과 일본인이 참석해 엄숙하고 거룩하게 봉헌식을 거행했던 모습이 다시 한 번 재현될 전망이다.

8월 10일 오후 1시 나가사키시 나가마치 성당에서 나가사키대교구장 다카미 미츠아키 대주교의 주례로 열리는 이 미사에서는 렌조 디 루카 신부(26위 성인기념관장)가 ‘성 라우렌시오 교회와 조선인 그리스도교 신자’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성 라우렌시오 성당 설립 400주년 기념미사가 열리는 날은 성 라우렌시오 부제 축일이자 나가사키 원폭투하일 다음날이라 더욱 의미 있다.

임진왜란(1592~1598)으로 인해 끌려온 많은 조선인 포로들은 규슈의 나가사키, 아리마, 시마바라, 오무라, 사쓰마, 후쿠오카, 고토, 아마쿠사, 시키 등에서 살며 선교사들에 의해 신앙을 접하게 됐다.

1596년 선교사 루이스 프로이스는 “(조선인 신자들은) 거룩한 신앙에 적합한 사람들로 인간미가 있고 친절했다”며 “성 금요일 밤 조선인 신자들이 찾아와 ‘성 목요일에 포로들은 행렬에 참가할 수 없어 하느님의 자비를 얻기 위해 여기 왔다’고 말했다”고 기록했다. 현재 일본인 복자 205위 가운데에는 다케야 쇼자부로 코스메 가족을 포함해 15위가 조선인이다.


오혜민 기자 (oh0311@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