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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성요셉대축일(100319.금)

김대철대철베드로 2010. 3. 19. 22:37

<성 요셉 대축일>(2010. 3. 19. 금)

 

<의로운 사람>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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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다......???

무엇을 기준으로 해서 의로운 사람이라고 했을까???

 

당시 유대인들에게 의로운 사람이란,

신앙생활을 성실하게 하고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율법에 의하면 마리아는 사형시켜야 할 죄인입니다.

요셉이 유대교 기준으로 의로운 사람이었다면

율법대로 마리아를 고발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요셉은 남모르게 마리아의 일을 덮어두기로 합니다.

그렇다면 율법을 기준으로 한 의로움은 아닙니다.

범죄를 묵인하고 덮어버렸으니까...

 

그러면 그리스도교 기준에서의 의로움일까???

그렇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왜냐면 아직 천사가 나타나서 말해주기 전이었고,

마리아의 잉태가 성령에 의한 것인지 모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누가 그런 일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리고 그리스도교 기준으로도

마리아의 경우는 대죄이면서 조당에 해당됩니다.

 

유대교의 의로움도 아니고 그리스도교의 의로움도 아니라면...

 

잠깐 요셉의 심정을 생각해보겠습니다.

결혼을 앞둔 약혼녀가 약혼자도 모르는 사이에 임신을 했다......

거의 대부분의 약혼자들의 반응은 같을 것입니다.

배신감, 모욕감, 혐오감, 복수심... 기타 등등...

아마 미칠 것 같은 심정이 될 것입니다.

요셉이라고 해서 안 그랬겠습니까?

 

그런데도 그것을 눌렀다는 것... 그 점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거야 뭐, 성격이 그래서 그랬다면 그런 것이고...)

더 대단한 것은 유대인으로서 율법마저 무시했다는 것,

그것이 진짜로 대단한 점입니다.

개인적인 감정을 누르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해도

당시 유대 사회에서 율법을 무시하고 범죄를 완전히 덮어버리는 것은...

그게 더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왜 그런지는 구약성경을 읽어보면 압니다.

 

요셉의 모습과 요한복음 8장의 예수님의 모습이 오버랩 됩니다.

요한복음 8장에서 간음하다 잡힌 여자에게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요한 8,11)

 

예수님은 그 여인에게 죄가 없다고 하신 것이 아니라

처벌을 면제해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 다시 요셉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요셉은 마리아를 용서한 것도 아니고, 죄가 없다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남모르게 덮어버리고 파혼하려고 했습니다.

원칙대로 한다면 고발하고 사형 당하게 했어야 하는데

사랑하는 여인이 무슨 죄를 지었든... (요셉은 분명 마리아를 사랑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죽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결론이 나왔습니다.

요셉의 의로움은 종교와 법을 초월해서

인간에 대한, 또는 죄인에 대한 연민입니다.

이것은 예수님의 연민과 자비심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죄인에게 벌을 주는 것만이 최선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

물론 죄를 지었다면 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처벌을 면제해줄 필요도 있는 것입니다.

(사형당할 죄를 지었다고 무조건 사형시킬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처벌의 면제가 무죄 선언은 아닙니다.)

 

요셉의 그 자비, 연민의 마음, 종교와 법을 무시할 정도로 따뜻했던 그 마음...

사형당해야 할 죄인이 된 마리아의 처지를 딱하게 생각했던

요셉의 그 마음이 그리워집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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