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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전례와 캐럴 이야기] 캐럴

김대철대철베드로 2004. 12. 26. 09:45
아기 예수 탄생 기쁨을 노래로 표현
  합창단아기 예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절이 다가오면 성탄수와 함께 거리 곳곳에 캐럴이 울려퍼진다. 언제들어도 맑고 새로워 종교와 연령을 떠나 남녀노소가 누구나 즐겨 부르는 캐럴의 의미와 유래에 대해 알아본다.


 
 캐럴은 아기 예수 탄생을 기념해 신앙의 즐거움을 표현한 노래다. 캐럴은 이런 이유로 일반 전례 성가곡과 달리 멜로디가 단순하고 유쾌하며 대중적이다. 또 노랫말도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크리스마스 이후의 성인 축일을 기리는 것들, 그리고 사랑을 담은 내용이 대부분이다.

 캐럴은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에서 민중들이 동짓날 원을 그려 춤을 추며 부르던 노래에서 유래했다. 캐럴은 켈트어와 그리스어, 라틴어의 혼성어라고 한다. 독일에서는 캐럴을 '성탄 전야 노래'란 뜻의 '바이나흐트 리트'(Weihnacht lied)라 하고 프랑스에서는 '기쁨의 외침'이란 뜻의 '노엘'이라고도 한다.

 캐럴이 교회 안에서 불려지게 된 것은 서기 5세기부터이다. 초기에 불려졌던 캐럴은 거의 구전으로 전래됐는데 그 종류가 500여곡에 달했다고 한다. 또 성탄 캐럴뿐 아니라 수난 캐럴, 부활 캐럴 등도 함께 불려졌다. 캐럴은 전례용 성가보다 훨씬 부르기 쉽고 흥겨워 오늘날처럼 당시 신자들 사이에 큰 인기를 모은 듯하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1182~1226)도 성탄 구유 앞에서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캐럴을 부르는 것을 권장했다.

 캐럴이 악보로 옮겨진 것은 14세기 초부터이다. 이 시기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는 많은 캐럴곡들이 새롭게 작곡돼 불려졌고, 15세기 영국에서는 주로 독창자 2명이 후렴을 노래하면 3성부 합창이 이어지는 캐럴들이 많이 작곡돼 보급되기도 했다. 1521년 영국에서는 최초로 캐럴집이 발간됐고, 15세기 말 윌리엄 코니셰, 로버트 페어팩스, 존 브라운 등 궁정 작곡가들은 궁정에서 불려질 캐럴을 작곡, 캐럴이 서민들만의 노래가 아니라 왕족과 귀족들도 부르는 노래로 발전시켰다. '저 들밖에 한 밤중에'(The First Noel)과 '탄넨바움'(Tannen Baum) 등은 바로크 시대 이전부터 구전돼 온 캐럴이다.

 중세시대 급속히 확산되던 캐럴은 16세기 종교개혁과 함께 급속히 자취를 감추게 된다. 엄격주의를 주창한 개신교도들이 캐럴을 '비종교적 노래'로 규정하고, 대신 '시편성가'를 보급했기 때문이다. 이후 18세기에 캐럴 복원 운동이 일어나면서 19세기부터 캐럴이 다시 널리 불려지게 됐다.

 이 무렵 작곡된 캐럴이 유명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다. 1818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인근 오벤도르프 성 니콜라우스 성당에서 사목하던 요셉 모어 신부가 작사하고, 음악교사였던 프란츠 그루버가 작곡한 이 곡은 성탄 전야 미사를 드리기 위해 성당을 찾은 마을 주민들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1950년대에 우리나라에 보급됐다.

 캐럴 노랫말에는 '천사'가 많이 나오는데 이것은 아기 예수 탄생을 예고하고, 목동들에게 알린 것이 천사였기 때문이다. 1868년경 감리교 찰스 웨슬리 목사가 지은 성가풍의 '천사 찬송하기를'(Hark, the herald angels sing), '오 베들레헴 작은 마을'(Oh Little Town Of Bethlehem) 캐럴에도 천사가 나온다.

 19세기 후반에 들면서 처음 캐럴이 불려졌던 취지와 달리 가사 내용이 전례에 맞지 않는 캐럴이 많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눈 위를 달리는 썰매의 방울 소리로 경쾌하게 시작하는 '징글벨'과 '산타할아버지 우리마을에 오시네'(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빨간코 루돌프'(Rudolf the Red-nosed Reindeer) 등이 대표적 캐럴이다.

 한국인들이 애창하고 있는 어빙 벌린 곡의 '화이트 크리스마스'와 '실버벨', '즐거운 성탄을 보내세요'(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프레드 쿠츠의 '산타할아버지 우리 마을에 오시네', 자니 마스크 곡의 '빨간코 루돌프', 해리 시메온의 '북치는 작은 소년' 등은 모두 1940~50년대 만들어진 캐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