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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전례와 캐럴 이야기] 성탄시기와 전례

김대철대철베드로 2004. 12. 26. 09:42
성탄에서 세례축일까지 '경축'
  그림, 전례▨성탄 시기
 대림ㆍ성탄ㆍ사순ㆍ부활ㆍ연중시기로 나뉘는 교회 전례력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심을 경축하는 성탄시기는 예수성탄대축일(12월25일)부터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구원이 구세주를 통해 이 세상에서 시작됐음을 알리는 주님공현대축일(1월2일과 8일 사이 주일)과, 주님공현대축일부터 주님세례축일(공현대축일 다음 첫 주일)까지 두 부분으로 나뉜다.
 
 
 ▨성탄 기원
 아기 예수 생일이 12월25일이라는 것은 성서에 나오는 기록이 아니다. 다시 말해 예수가 태어난 정확한 생일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면 교회는 언제부터 이날을 예수 탄생일로 기념했을까. 성탄과 관련된 가장 오래된 기록은 354년 로마의 필로칼루스 달력에 적힌 '12월25일, 그리스도, 유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심'이다. 따라서 4세기경부터 이날을 성탄절로 기념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하필 12월25일을 성탄절로 삼았을까. 대다수 학자들 견해에 따르면 성탄의 기원은 당시 로마 제국의 '무적의 태양신'숭배와 깊은 관련이 있다. 로마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274년 '무적의 태양신'(어두움을 정복한 신)을 로마에 들여와 로마제국의 신으로 선언하고 태양이 커지기 시작하는 동짓날인 12월25일을 국경일로 삼았는데, 로마 교회가 이 국경일을 성탄절로 삼고 경축하고자 한 것. 그리스도께서 참된 빛이며, 태양이라는 믿음에 익숙해있는 그리스도인들은 별다른 거부감 없이 이날을 성탄절로 받아들였다. 예수가 한국에 태어났더라면 우리나라 동짓날인 12월22일에 생일상을 받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예수성탄대축일 전례
 예수성탄대축일에는 24일 전야미사 외에도 하루에 미사 세대를 드린다. 처음에는 낮미사만 하다가 밤미사와 새벽미사 순으로 늘어났다.

 이 관행은 로마 교황청 전례에 기원을 두고 있는데, 본래 오전 9시쯤 베드로 대성전에서 단 한번만 미사를 드렸으나 에페소공의회(431년)를 기념해 재건축한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서 5∼6세기경부터 밤 전례를 거행함으로써 밤미사가 추가됐다. 새벽미사는 6세기 중반 교황이 동로마제국 사람들을 위해 25일 새벽 성녀 아나스타시아 성당에서 주보 성녀를 기리는 미사를 바쳤던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성탄미사로 들어온 것이다. 이처럼 미사를 세번 바치는 관행은 이후 로마 전례서에 수용됐고, 이 전례서가 서유럽 전역으로 퍼짐에 따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성탄구유와 성탄나무
 성탄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구유와 성탄나무다. 구유는 역사가 오래됐다. 248년 오리게네스가 베들레헴 성당 그리스도 탄생 동굴에서 거행했던 예절을 언급하면서 구유라는 말을 사용하고, 예로니모 성인은 성탄 강론에서 은으로 구유를 만들었다고 말한 것을 보면 초기교회 시절부터 구유에 대한 신심이 널리 퍼져있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전해지는 성탄 구유 풍습은 13세기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에게서 유래한다. 성인은 강생의 신비를 눈에 띄는 모습으로 경축하고자 소박하게 구유를 만들고 나귀와 소를 놓아두었는데, 이후 프란치스코 회원들이 이 전통을 널리 전했다. 성탄 구유는 특별히 그리스도의 가난과 자기 낮춤에 대한 묵상에 집중하도록 이끈다.

 오늘날 유행하는 성탄나무 장식도 그리스도교에서 유래한 것이다. 12월24일을 아담과 하와를 기념하는 날로 지냈던 독일 지방에서는 이날 '천국나무'라고 하는 작은 나무를 준비하고 이 나무에 상징적으로 과일을 달아놓기도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과일 대신 '베들레헴 별'과 반짝이는 장식들을 달아 구유 옆에 놓아두게 됐다. 성탄나무는 바로 생명의 나무, 세상의 빛이신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성탄 팔일축제와 주님공현대축일, 주님세례축일
 교회가 아기 예수 탄생의 기쁨을 심화하기 위해 마련한 성탄 팔일축제는 12월25일부터 8일간, 즉 이듬해 1월1일까지다. 이 축제 기간에는 첫 순교자 스테파노(12월26일)와 사도 성 요한(12월27일) 축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성탄 다음 첫 주일, 올해는 12월26일)을 기념하며, 팔일축제 마지막 날인 1월1일에는 예수 그리스도를 낳음으로써 하느님 어머니가 된 성모를 공경하기 위해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지낸다.

 주님공현대축일은 동방 점성가들이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왔던 일(마태 2,1-12)을 기억하는 날로, 예수 그리스도가 이스라엘 백성뿐 아니라 모든 민족에게 구세주로 나셨음을 기념한다. 그래서 동방교회는 주님공현대축일을 성탄절로 지내기도 한다.

 성탄시기는 예수가 공생활을 시작하면서 요르단 강에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받은 것을 기념하는 주님세례축일로 막을 내린다.